늘봄학교 전면 시행에도 ‘돌봄 공백’ 우려하는 이유는?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정모씨는 최근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은 2학기 늘봄학교를 중복 신청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정씨는 “돌봄교실은 말 그대로 돌봄에 불과해 프로그램이 있는 늘봄학교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신청조차 안 된다고 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2학기부터 전국 6175개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돌봄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돌봄을 조부모나 사교육에 의존해 해결하는 현상도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늘봄학교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합해 만들어졌다. 희망하는 초1 학생 누구나 매일 2시간 놀이 중심의 예체능, 사회·정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늘봄학교는 내년에 초2까지, 내후년부터 모든 초등학생으로 점차 확대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정모씨는 ‘친정 엄마 찬스’로 초1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선 돌봄교실을 추첨제로 운영하는 탓에 “친정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저보다 더 필요한 분이 (돌봄교실을)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씨는 “서울 지역 학교는 학기 중에 돌봄교실이 아침 일찍 운영되기도 하고 방학 때도 상시 운영되는데 여기는 방학엔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늘봄학교 시행 시기가 엇갈려 돌봄 공백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권모씨는 초2 자녀를 키우고 있다. 권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초2까지 누구나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가 초3이 되는 내년이다. 늘봄학교 대상도, 돌봄교실 대상도 아니다 보니 방과후 프로그램만 신청할 수 있다. 권씨는 “방과후는 추첨이라 아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안 될 수 있다. ‘음악 줄넘기’ 같은 경우 경쟁률은 어마어마하다”며 “학원을 2개보다 더 보내야 하나, 하원 도우미를 써야 하나 벌써부터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육아카페에도 권씨처럼 내년에 초3이 되는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들의 고민들이 여럿 올라왔다. “돌봄은 2학년 때까지만 되는데 3학년부터 방학 때 아이를 어떻게 하나” “주변 태권도 싹 전화 돌렸더니 주 5일 줄넘기 교실 해주는 곳을 찾았다. (아이가) 주 5일은 안 간다고 버텨서 주 3일 보내고 남편과 번갈아 반차 냈다” 등과 같은 조언들이 오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3부터는 돌봄교실 희망 비율이 떨어진다”면서도 “3학년 이상은 방과후 교실 신청률 등 통계를 보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신도시의 경우 과밀학급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사는 이모씨(42)는 초2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려 했지만 다자녀 가정부터 신청 가능해 지원 자체를 포기했다. 대신 주 2회 하는 방과후 영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씨는 매일 아이를 아파트 단지 옆 상가에 있는 태권도·수학·피아노 학원에 보낸다. 이씨는 “학교가 과밀이라 제도가 있어도 받을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사교육비를 다 내면서 아이를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동탄에 사는 김민경씨(45)는 초2 자녀를 아파트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돌봄교실에 보낸다. 김씨도 학교 돌봄교실 신청 기준이 높아 지원을 포기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하는 돌봄교실에선 시니어 입주민들이 아이들에게 바둑, 영어, 수학, 한자, 큐브 등을 가르쳐준다. 필요한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봐준다. 학교에서 메우지 못한 공백을 지역 공동체로 해결하는 셈이다. 김씨는 “동탄은 학생 수에 비해 돌봄 수용 인원이 적은 것 같다. 반을 늘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늘봄학교와 돌봄교실은 중복 신청하지 못한다는 안내가 나가는 등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현장 점검에서 일부 그런 사례를 확인해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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