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습 피해 30시간 기차 탄 우크라, 감격의 펜싱 金

김형준 2024. 8. 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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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내 조국,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

우크라이나 펜싱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내며 전쟁 상처가 깊어지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우크라이나 여자 펜싱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에 45-42 승리를 거두고 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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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도 SNS에 축하 메시지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가운데)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른 채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우크라이나, 내 조국,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

우크라이나 펜싱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내며 전쟁 상처가 깊어지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러시아 침공 위협에 비행편 대신 기찻길로 모국을 떠나 파리를 찾은 선수단의 값진 성과다.

우크라이나 여자 펜싱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에 45-42 승리를 거두고 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30일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세빈(전남도청)이 올하 하를란에 패했던 한국으로선 연속된 아픔이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첫 올림픽에 나선 우크라이나엔 어떤 대회, 어떤 메달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에 나선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숱한 곡절을 겪었다. 25개 종목에 143명의 선수가 출전한 우크라이나 선수단 가운데 일부는 전쟁 여파를 피하기 위해 해외를 전전하며 훈련을 진행하다 파리로 합류했다. 자국 내에 머물던 선수단은 기차로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프랑스 파리까지 항공기로 날아올 경우 4, 5시간이면 충분했지만, 러시아 공습을 우려한 선택이었다. 유럽 대륙 동쪽 끝인 우크라이나에서 서쪽 끄트머리인 프랑스까지 기차편만 이용할 경우 꼬박 30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틀을 쉼 없이 움직여야 파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종목별 선수단마다 파리에 찾는 방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어느 때보다 큰 사명감을 안고 이들은 파리에 모였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대표팀의 올하 하를란이 국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특히 여자 펜싱에서는 세계 최강 검객으로 꼽히는 하를란이 이번 대회에 출전조차 하지 못할 뻔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악수를 청한 러시아 선수의 악수를 거부한 게 발단이었다. 개인전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물리친 하를란은, 스미르노바가 청한 악수를 거부한 채 자신의 검을 내밀어 거리를 뒀다.

이 사건으로 실격을 당한 하를란은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서 파리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뻔했지만, 다행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구제로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시상식을 마친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하를란은 “지난 4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계신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며 “금메달과 동메달을 들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펜싱 대표팀의 금메달 소식에 즉각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과의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를란이 45점째를 찍고 동료들과 환호하는 영상을 올리며 “우크라이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하를란은 “(젤렌스키 SNS 게시물에) 얼른 댓글을 달도록 하겠다”며 양손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를란은 “우크라이나, 내 조국,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며 금메달 소감을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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