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못 산다”…최악 생활고에 나이지리아 민심 폭발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시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와 정치권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최소 13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지만, 시위대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아프리카에 번지는 반정부 시위 확산세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 전국에서 벌어진 나이지리아의 생활고 규탄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도 아부자에 모인 시위대는 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하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참가자는 현지방송에 “배고픔이 나를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며 “우리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거리에 남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지난 2일까지 최소 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들 대부분이 경찰 발포로 사망했고, 일부는 경찰의 진압 차량에 치여 숨졌다고 지적했다. 현지 경찰은 사망자가 나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위대 내부 폭력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은 정부 건물을 불태우고 공무원의 집을 약탈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폭력배”들을 막겠다며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시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카요드 에그베토쿤 나이지리아 경찰청장은 시위대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는 대규모 봉기와 약탈이지 시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정부가 요구사항을 수용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나이지리아 시민들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볼라 티누부 대통령은 해외 투자를 끌어오겠다며 나이지리아 화폐 가치를 절하하는 통화정책을 폈고, 재정난을 이유로 전기 보조금도 폐지했다. 이후 유가와 수입품,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민생이 어려워졌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물가상승률은 34%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인구의 40%가 절대 빈곤에 놓여 있다.
경제 수준이 낮은 편인 북부 카노주에 거주하는 우스만 압둘하미드는 뉴욕타임스에 “이대로는 더이상 살 수 없다”며 많은 사람이 음식과 약, 심지어는 병원을 가기 위한 버스 요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델리 파로티미는 불만의 핵심이 ‘배고픔’이라며 “이는 정치적, 민족적, 종교적 분열을 초월해 모든 나이지리아인을 하나로 묶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시민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편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으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왔다는 점도 민심을 폭발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케냐에서 청년들이 주도한 증세 반대 시위는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케냐 청년들은 빵과 식용유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등 대규모 증세를 추진한 정부에 항의했고, 결국 정책 폐기를 이끌어냈다. 이에 영감을 받은 나이지리아의 청년 세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쁜 정치를 끝내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전기요금 인상안 철회, 무상교육 강화, 정치 개혁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네갈 정치분석가 마마두 티오르는 CNN에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 세대는 빠른 속도로 상황이 바뀌기를 원한다”면서 시위가 고조될 경우 아프리카 전역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https://m.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7241640001#c2b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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