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까지 단 1승' 세계 1위 안세영, 툰중 잡고 은메달 확보! 女 단식 28년만의 올림픽 메달...그랜드슬램도 보인다[올림픽]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셔틀콕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랜드슬램에 한발만을 남겨뒀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세계 8위)에 2대1(11-21 21-13 21-16)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도쿄 대회서 당시 배드민턴 최연소 대표로 나서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은메달을 확보하며,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확정지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서 금메달을 획득한 방수현 이후 28년만에 한국 여자단식에 메달을 안겼다.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안세영은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의 마지막 희망이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3회 연속 노골드'에 그친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렸다. 최대 금메달 3개에 도전했다. 하지만 아쉽게 혼합복식에서 은메달 1개만을 수확했다. 남자복식은 아쉽게 4위에 머물렀고, 여자복식은 모두 8강에서 여정을 멈췄다.
안세영은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1위다.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 이후 27년만에 등장한 세계 톱랭커다. 안세영은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차원이 다른 경기력으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거머쥐었다. 훈장도 있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서 당한 오른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재활에 집중한 안세영은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펼쳐진 싱가포르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첫 경기는 다소 고전했다. 28일 세계 74위 코비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7주 전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전을 끝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 안세영은 실전 감각을 찾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잦은 실수로 점수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다. 다행히 2게임 들어서는 영점을 잡으며 본래의 기량을 과시했다. 스트로크의 예리함을 회복하며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두번째 경기부터 기량을 찾았다. 프랑스의 취 셰페이에게 2대0(21-5 21-7) 완승을 거뒀다. 첫 경기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인, 아웃 판단도 정확했고, 특유의 체력전을 바탕으로 한 집요한 공격도 좋았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조 1위를 확정하며 8강행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은 총 39명의 선수들이 출전, 각조 3명씩 13개조로 나뉘어 펼쳐진다. 각조 1위가 16강에 진출한다. 1번 시드를 받은 안세영은 16강전을 치르지 않고, 곧바로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혜택 속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8강 상대는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였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정상을 지켰던 선수다. 지난해 발부상으로 기량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안세영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안세영은 대회 전 고비를 8강전으로 꼽았다. 1세트를 내주며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강했다. 2세트부터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의 플레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체력에서 앞선 안세영은 2대1(15-21 21-17 21-8) 역전승을 거뒀다. 신인 시절 파리에서 야마구치를 잡았던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중요 길목에서 또 다시 승리했다.
4강전을 앞두고 희소식이 전해졌다. 금메달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혔던 '세계 2위' 천위페이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중국의 허빙자오에 패했다. 금메달 경쟁자들이 모조리 탈락했다. 세계 3위 타이쯔잉(대만)이 예선 탈락한데 이어 천위페이 마저 4강행에 실패하며, 안세영의 결승 상대로 예정된 선수들이 모두 일찌감치 낙마했다. 안세영은 압도적인 기량에 대진운까지 따르는 모습이다.
4강 상대는 툰중. 안세영이 자신 있는 상대다. 안세영은 툰중을 만나 7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싱가포르오픈 준결승에서도 2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1세트, 초반 안세영은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공격이 실패하며 내리 4점을 줬다. 0-4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이내 추격에 나섰다. 툰중은 날카로운 공격으로 다시 점수차를 벌렸다. 툰중이 11점 고지를 먼저 밟았다. 6-11. 네트플레이에서 계속 범실이 나왔다. 툰중의 공격이 성공하며 점수차가 8점차까지 벌어졌다. 9-17. 안세영은 백핸드에서 연이어 실수를 저지르며 쫓아가지 못했고, 결국 11-21로 세트를 내줬다.
2세트, 안세영이 컨디션을 찾았다. 툰중을 흔들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툰중이 추격했지만, 절묘한 네트플레이를 성공시키며 다시 달아났다. 안세영은 툰중의 필사적인 수비를 뚫는 여유 있는 공격으로 11점에 먼저 도달했다. 챌린지까지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벌렸다. 긴 랠리를 승리하며 14-9까지 앞서나갔다. 이후 툰중이 점수차를 좁히는 듯 했지만, 안세영은 3~4점의 리드를 유지했다. 툰중의 집중력이 떨어진 사이 안세영이 스코어를 벌렸다. 20-13에서 마지막 점수를 따며 세트스코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3세트, 흐름을 찾은 안세영은 툰중을 몰아붙였다. 툰중은 지친 듯 계속 범실을 저질렀다. 안세영은 착실하게 점수를 쌓았다. 4-0 리드. 긴 랠리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점수를 내며 스코어를 더욱 벌렸다. 11-3까지 앞서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툰중의 체력은 갈수록 떨어졌고, 안세영의 공격은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13-6 상황에서 이어진 랠리를 잡으며 툰중의 기를 완전히 꺾었다. 막판 툰중이 투혼을 발휘하며 추격했다. 16-13. 하지만 멋진 대각선 공격으로 다시 흐름을 바꿨다. 상대는 연이은 범실로 자멸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커리어 그랜드슬램, 그리고 여제 등극을 눈 앞에 둔 안세영의 결승전은 5일 오후4시45분 펼쳐진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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