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서 경기침체로…하루 새 돌변한 미 경제

정의길 기자 2024. 8. 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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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월 실업률 발표 전후로 시장 냉각
미 증시 이틀째 연속 폭락세에 금리 대폭 인하 예측
미 대선에도 영향…민주당의 해리스 후보 불리 전망
2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이 각종 지표를 보며 일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경제와 시장 분위기가 하룻밤 사이에 인플레이션 걱정에서 경기 침체 우려로 돌변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증시가 폭락하고 대폭적인 금리 인하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2일 7월 실업률이 4.3%로 6월의 4.1%에 비해 0.2% 상승했다고 발표한 전후로 시장은 인플레 우려 대신에 경기 침체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7월의 4.3% 실업률은 전문가들 예상치인 4.1%보다도 높은 데다, 2021년 10월의 4.5%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에 비농업 일자리 증가는 전월 대비 11만4천명이 늘었지만, 이는 지난 12개월간의 평균 증가 폭인 21만5천명과 견주면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증시는 전날부터 민감하게 반응하며 속락했다. 전날인 1일 공급관리협회(ISM)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46.8이라며 경기 위축 가늠선인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1일 뉴욕 증시 주요 지수인 다우는 1.21%, 나스닥은 2.30% 급락세로 돌아섰다. 실업률이 발표된 2일에는 다우는 1.51%, 에스앤피(S&P)500는 1.84%, 나스닥은 2.43% 떨어지며, 이틀째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인공지능(AI) 붐으로 증시 호황세를 선도한 엔비디아가 6.67% 폭락하는 등 대형 첨단 기술주들이 폭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30일에는 7% 이상 급락, 31일에는 12.81% 급등, 1일에는 6% 이상 급락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증시가 호황 장세 말기에 보여주는 전형적인 변동성 극대화가 주도주인 엔비디아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한때 미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라섰고 장중 주가가 14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지난 2일 종가는 107.27달러로 내려온 상태다.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2일 무려 26.05%나 폭락하기도 했다. 이는 1974년의 31% 폭락 이후 최대이며, 주가는 21.48달러로 11년 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인텔이 전체 직원의 15%인 1만5천명 감원, 4분기 배당금 지급 중단, 연간 자본지출 20% 감축 등 100억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인텔의 구조조정에 이은 주가 폭락은 시장에 급속히 퍼진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탄 굴수비 총재는 2일 회견에서 “이제 문제는 우리가 완전고용을 유지하냐, 아니면 완전고용을 날려버리느냐”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던 금리 인하는 이제 시기가 아니라 폭으로 바뀌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주 금리동결을 발표하면서 금리 인하는 다음 달 회의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시장에서 경제분석가들은 연준이 올해 3차례의 정책금리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 현재 5.3%의 정책금리를 4.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적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를 9월부터 두 차례 연속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가 연준의 예상보다도 더 침체하면, 연준은 금리를 이른바 중립금리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분석가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경기를 침체시키지 않으면서도 자극하지 않는 중립금리는 3∼4% 사이로 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 우려에 금리 인하를 너무 늦추다가 경기 침체 위기를 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01년이나 2007년의 경기침체 전야 때 일어났던 0.5%포인트 금리 인하 때처럼 연준이 뒤늦게 금리 인하를 허둥댈 것이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7월의 실업률 발표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4.3% 실업률은 여전히 완전고용에 가까운 양호한 실적이다. 최근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를 찾지 않던 사람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대확산의 완전 종료에 맞춰서 최근 일자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하는 8월 실업률이 나와봐야지, 그 시기와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이은 경기침체 우려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이었던 마크 수머린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경제가 안 좋으면, 해리스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업률 5% 이하는 역사적으로 낮은 것이지만, 문제는 추세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재선 때 실업률이 8%에 육박했으나, 재선 3년 전인 10%에 비해서는 줄어드는 추세여서 경제회복의 이점을 누렸다. 반면, 2000년이나 2016년 대선 때에도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았음에도 민주당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쪽은 이미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제침체를 불렀다는 선거운동 전략을 준비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쪽은 7월 실업률을 두고 “5단계 화재경보 일자리 보고서”라며 “어른거리는 경기침체”의 증거라고 맹공에 나섰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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