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5일부터 여름휴가···휴가 중 ‘방송 4법’ 등 거부권 쓸 듯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5일부터 국내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내수 진작 등 민생 행보 차원에서 재래시장이나 군 시설 등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 야당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회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휴가 중에도 여야 간 경색 국면은 쉼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4일에도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휴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휴가 기간 윤 대통령은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민생 행보를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래시장, 군 시설 등 방문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 등 참모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고위 공직자들은 휴가 기간 동안 해외 여행이 아닌 국내 여행을 통해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도 여름철 공직자 휴가 사용을 장려하며 국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 때는 대통령 별장 청해대가 있는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6박7일간 휴가를 보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 야 7당이 처리한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오는 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전자 결재 방식으로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 4법은 지난달 30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면 되지만, 윤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은 이미 ‘방송 4법’ 중 방통위법을 제외한 ‘방송 3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민주당이 5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시간 문제다. 이 법들이 각각 여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거쳐 야당 주도로 통과된 만큼 정부에 이송되면 긴 시간을 두지 않고 휴가 중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야당의 법안 처리→윤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면서 정국 경색 국면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에 8월 중 발표 예정인 부동산 공급 대책, 8·15 광복절 특사 등에 대한 정국 구상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