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이후 뚝 끊긴 손님..."임대료도 못낸다" 상인들의 하소연[르포]

김지은 기자 2024. 8. 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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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3000만원 줄었어요."

지난 1일 오후 4시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식당.

이곳은 평소 2~3층에 사람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붐볐지만 지난달 1일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서울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인근 식당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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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 "시 전체 일방통행 구간, 보완 필요한 곳 조사 예정"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식당.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손님들 발걸음이 끊겨 테이블이 텅 비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매출이 3000만원 줄었어요."

지난 1일 오후 4시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식당. 사장 박모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평소 2~3층에 사람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붐볐지만 지난달 1일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이날도 중국인 손님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테이블은 텅 빈 상태였다. 박씨는 "한 달 사이에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이번 달에 임대료도 못 내서 임대인한테 돈이 들어오는 대로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서울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인근 식당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단체 회식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직장인들이 줄면서 골목이 활기를 잃었다.

중구청, 소상공인 지원 마련… 상인들 "실질적 도움 필요"

지난달 서울 시청역 사고 현장 인근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인도 위에는 맥주캔을 비롯해 박카스, 커피, 편지 등이 가득 있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달 1일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후 시민들은 국화꽃을 들고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았다. 한때 소주병을 비롯해 맥주캔, 박카스, 커피, 편지 등이 보도 위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달 25일 무너진 보행자 울타리를 새로 설치하면서 일대 추모 공간을 철거했다. 인도 위에 수북이 쌓였던 흰 꽃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 발걸음은 이어졌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나갔다. "저기다, 저기" "어떻게 여기서 역주행하느냐"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박카스와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이곳을 찾은 60대 김모씨는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며 "서울 마포구에서 이곳까지 직접 왔다"고 했다.

중구청은 지난달 25일 시청역 인근 사고 현장에 있던 헌화를 모두 철거했다.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 새로 설치된 이후 지난 1일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사진=김지은 기자


중구청은 침체된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에 대해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와 지역 밀착 특별보증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 지원은 관내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을 위해 연 1.5% 고정금리로 최대 3000만원을 융자 지원하는 사업이다. 구는 4분기 심사 때 매출액 감소율에 따라 가점을 차등 부여할 방침이다.

중구 지역 밀착 특별보증은 담보력이 부족해 대출받기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됐다. 구에서 추천하면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해당 업체를 심사하고 보증서를 발급해준다. 소상공인은 보증서를 통해 연 3.42∼3.62% 금리에 최대 5000만원까지 시중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상인들은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원한다고 했다.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융자 지원이 사실 다 빚지는 거 아니냐"며 "그런 지원 없어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 역시 "한 달 사이에 손님이 확 줄었다"며 "당장 먹고사는 일이 걱정이다. 요즘은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원망스러운 마음만 든다"고 말했다.

분홍색 차량 유도선, 좌회전 금지 표시… 달라진 사고 현장 주변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인근 도로에 분홍색 차량 유도선을 비롯해 직진, 좌회전 금지 표지판 등이 새로 생겼다. /사진=서울시

사고 이후 주변 도로 풍경도 달라졌다. 사람 허리 높이까지 오던 보행자 전용 울타리는 어깨 높이까지 오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로 바꼈다. 서울시 관계자는 "8톤 트럭이 시속 55㎞로 달리면서 15도 각도로 충돌했을 때도 방어할 수 있는 울타리"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 앞에도 교통 안내 표시가 재정비됐다. 해당 도로는 초행길 운전자가 자주 헷갈려 역주행하는 사고가 종종 목격됐다. 이날 호텔 입구 쪽에는 좌회전 금지 표시가 새로 생겼다. 운전자들이 우회전을 할 수 있도록 도로 노면에 분홍색 차량 유도선도 표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과 협의해 시 전체 일방통행 구간에 보완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 부근에 보행 공간이 좁다는 의견도 있어서 확장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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