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징계’ 복귀 후 첫 정상 “2년전 첫 우승보다 기뻐”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서 2년 만에 우승

4일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4라운드/KLPGT

“사실 첫 우승은 제가 우승인지 모르고 했다. 이번 우승은 저에게 너무 큰 의미가 있다. 그때보다 훨씬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러 감정이 드는 우승인 것 같다.”

올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부터 투어에 복귀해 세 차례 준우승을 한 윤이나(21)가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는 우승 인터뷰 도중 “제가 2년 전에 저의 잘못으로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렸는데 이렇게 많은 응원을 보내 주신 팬들 덕분에 돌아올 수 있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며 울먹였다.

4일 블랙스톤 제주CC에서 열린 '제11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박혜준(왼쪽부터), 강채연, 윤이나가 1번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윤이나는 4일 제주 제주시의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윤이나는 2위그룹을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투어 통산 2승째다. 방신실(20), 강채연(21), 박혜준(21) 등 3명이 나란히 공동 2위(12언더파)에 올랐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쳐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그해 7월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가 경기하는 그룹에 팬들이 몰리고 TV 시청률이 크게 오르는 등 ‘윤이나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경기를 그대로 진행(오구 플레이)한 사실을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자진 신고해 출전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골프협회와 KLPGA투어가 이를 1년 6개월로 줄여 주면서 올해 투어에 복귀했다. 그가 미국 미니 투어에서 뛰며 받은 상금을 기부하고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며 자숙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3년 출전 정지는 어린 선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징계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의 기본 정신을 어긴 잘못을 너무 쉽게 용서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투어 동료들 사이에 싸늘한 분위기도 있었다.

4일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4라운드/KLPGT

윤이나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투어 복귀 후 윤이나는 전반기에만 준우승 세 번, 3위 한 번, 4위 한 번을 기록했다. 준우승 세 번 가운데 두 번은 연장 패배였다. 14개 대회에서 톱10에 7번 오르며 우승 없이도 상금순위 5위(5억 5143만원)에 오를 정도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윤이나는 이날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다. 2003년생 동갑인 강채연과 박혜준과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윤이나는 후반기 첫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홀마다 티샷 클럽을 달리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였다. 페어웨이가 좁은 홀에서는 드라이버 대신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티샷했다.

드라이버 비거리 250m에 우드로 230m 정도의 비거리가 나오면서 “차원이 다른 경기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이나는 이날 1번 홀(파5)과 6번 홀(파4), 8번 홀(파5) 등 전반 3개의 버디를 잡으며 한때 2위 그룹을 5타 차이로 따돌리며 순항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파3 홀에서 고전했다. 13번 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려 보기를 하면서 2차 차이로 추격을 당했다. 윤이나에겐 16번 홀(파3) 파세이브가 컸다.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까다로운 1.2m 파 퍼트에 성공했다. 윤이나는 “쉬는 동안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욕심 내고 무리한 공략을 하려 할 때 캐디 삼촌이 진정시켜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윤이나는 또 “많이 떨린 가운데 경기에 나섰는데 팬들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