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과녁` 후원자… 韓 양궁 톱 이끌다
맏언니 전훈영에게 격려의 말도
한국 양궁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 금메달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 회장은 대회 전부터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훈련부터 식단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으며, 파리 현장에서도 선수들을 직접 찾아 격려하며 한국 양궁의 '금빛 과녁'의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3일 여자 영궁 개인전 대회 직후 전훈영 선수를 찾아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 전훈영 선수는 개인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정 회장은 대회 기간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끌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전훈영 선수는 4년 전 도쿄가 첫 올림픽이 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뒤로 밀리면서 다시 진행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3년간 절치부심하면서 서른이 넘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대표팀에 같이 뽑힌 2003년생 임시현, 2005년생 남수현과는 10살 안팎 터울이 난다. 이들 역시 첫 올림픽 출전으로, '큰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세간이 평가를 넘어선 데는 맏언니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전훈영은 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으며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에 도착해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였다. 숙소가 2인1실로 돼 있어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만 했다.
한국식 '방장, 방졸' 문화와 비춰보면 맏언니가 막내와 같은 방을 써야 하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전훈영이 먼저 손을 들고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첫 올림픽인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경기장 안에서도 전훈영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5차례나 10점을 쐈다. 특히 연장 승부 결정전(슛오프)에서도 10점을 쏘면서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이후 10년간 국제 무대와 인연이 없던 전훈영이 성인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전훈영의 성격은 예민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털털한 편이라고 한다. 단체전 때에는 가끔씩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동생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전훈영은 이날 취재진과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부담이 컸는데 목표를 이뤄냈다. 팀으로 보면 너무 좋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 후련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혼성 포함 3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양궁은 단체전과 혼성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이날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남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딸 경우 5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게 된다.
정 회장은 파리 현장을 직접 찾아 현장 응원은 물론 선수들을 직접 찾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여자 양궁 대표팀이 10연패를 달성하자 직접 시상자로 나왔으며, 남자 양궁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자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훈련을 돕기 위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등 첨단 훈련 기법을 개발했다. 또 경기가 열리는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10여㎞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대표팀 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식사도 한식을 비롯해 소화가 잘 되고 체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준비해 파리 올림픽의 '식단 불만'도 피해갔다.
정 회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여자양궁 대표팀 결승전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계신다"며 "본인이 노력했던 게 헛되지 않도록 많이 힘도 빼고, 정신적으로도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침체되지도 않는 그러한 정신으로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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