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번진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시위대 전용 감옥’ 만드는 마두로
마두로 “용서나 관용은 없을 것” 강수
베네수엘라 대선이 치러진 이후 첫 주말인 3일(현지시간) 전 세계 곳곳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행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성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과 반정부 세력에 대한 ‘강경 진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지 매체 엘디아리오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 등에서 투명한 개표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나온 시민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확정 지은 선거 결과를 거부한다고 외쳤다. AP통신은 카라카스에만 수천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으로부터 체포 위협을 받은 ‘민주야권연합’(PUD)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도 카라카스 라스메르세데스 거리에서 열린 집회에 오토바이를 타고 깜짝 등장했다. 그는 “(정부의) 폭력은 진실을 묻으려는 행위”라며 “우리는 오늘만큼 강했던 적이 없었다. 진실을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3시쯤 복면을 쓴 괴한 6명이 카라카스에 있는 마차도의 개인 사무실에 침입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PUD는 이들이 침입한 뒤 사무실 물건이 파손돼 있었고, 보관 서류가 흐트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해외에 있는 베네수엘라인들도 각자 거주지에서 마두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베네수엘라인이 가장 많이 이민한 것으로 알려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볼리바르 광장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모였다. 멕시코 멕시코시티, 미국 워싱턴, 벨기에 브뤼셀, 스페인 마드리드, 온두라스 테구시갈파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대가 모였다. 시위대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자유로운 베네수엘라를 보고 싶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의 개표기록 공개 압력을 멈추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선거 후 일주일이 지나도 시위가 사그라지지 않자 마두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용서나 관용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그는 체포된 약 1200명의 시위대를 가두기 위해 아라과와 카라보보 지역에 있는 두 곳의 기존 교도소를 전용 수감 장소로 개조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림바(우고 차베스 전 정부에 반대하며 벌인 극단주의의 무장폭력 시위)와 범죄 공격에 연루된 모든 신세대 갱단을 수용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정부의 시민 탄압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한 베네수엘라인은 자신의 친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올리자 집에 특수부대원이 찾아와 친구를 체포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물건을 사러 외출했다가 당국에 체포된 사례, 무장한 민간인이 정부의 묵인 아래 시위대를 위협한 사례 등도 보고됐다.
현지 인권단체 사회갈등관측소(OVCS)는 “3일 기준 시민 891명이 당국에 의해 체포됐으며, 이 중 89명은 청소년”이라며 “정부의 탄압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료 공영주차장 알박기 차량에 ‘이것’ 했더니 사라졌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서울시향 이사 위촉에 문화예술계 등 반발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 경북 구미서 전 여친 살해한 30대…경찰 “신상공개 검토”
- 가톨릭대 교수들 “윤 대통령, 직 수행할 자격 없어” 시국선언
- 김종인 “윤 대통령, 국정감각 전혀 없어” 혹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