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검사·국회의원서 변호사로 변신 "의뢰인들 빠른 일상 복귀 돕고파"
대부분 수임 없이 상담만
국회의원 시절 소신 지켜
작가로서 삶도 이어갈 것
"검사, 국회의원일 때는 머릿속에 늘 '조직과 당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게 억압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그래서 항상 긴장하며 살았죠. 지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사람에게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죠."
베스트셀러 작가, 검사 출신 정치인에 이어 법무법인 남당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한 김웅(사진)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처음으로 본인의 시간을 가져봤다고 했다. 5월 말 21대 국회의원 생활을 마무리한 뒤 두 달여간 가족들과 여행을 하고 책도 읽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들과도 만났다. 2000년 검사로 임관한 후 온전히 스스로에게 시간을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표를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 신인'이던 그는 2020년 송파갑에서 당선된 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를 약속하는 후보만 공천한다는 방침이 나오자 "동참할 수 없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헌법상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으로 지낸 4년을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변호사는 "남들이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이익과 영달, 청탁 등은 단 한 번도 추구하지 않았다"며 "어떤 이들은 '국회의원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 왜 모르냐'고 하기도 하는데 원칙대로 하면 국회의원만큼 힘든 직업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의원 시절에도 소신을 지켰다. 때로는 당과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뒤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했지만 김 변호사는 홀로 자리를 지키며 찬성표를 던진 후 "나를 징계하라"고 외쳤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안건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만큼 김 변호사는 불출마 선언이 아쉽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제게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명예에요. 권력자들 비위에 맞춰 공천을 받고, 여태껏 이야기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면서까지 한 번 더 출마해야 할 정도로 국회의원이 매력적인 직업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국회의원 시절에는 하다못해 마음 편히 골프도 치러 가지 못했고 골프장에 가는 게 두렵기조차 했어요. 늘 일정표에 쫓기며 살았죠. 지난 4년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또 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해봤어요. 그래서 뉴스를 보면 현 정치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불출마가) 아쉽지는 않아요."
세 번째 직업으로 선택한 변호사. 검사와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알린 탓인지 분야에 관계없이 의뢰인들이 찾아오지만 대부분 수임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도 김 변호사의 소신이 엿보였다. 김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하루빨리 분쟁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변호사로서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이 찾아와 주시지만 대개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는 사건들, 자연적으로 해결이 될 일이거나 용을 써봐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 사건들이 다수"라며 "이런 사건들은 상담만 하고 보내드린다. 당장 해당 사건을 수임하면 경제적 이득은 취하겠지만 변호사로서의 보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호사와 함께 작가로서의 삶도 이어간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 변호사는 조만간 또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 후보자 시절부터 한국형 FBI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이번에 출판할 책에서 김 변호사가 그간 주장해온 한국형 FBI 설치가 필요한 이유, 수사기관의 기능을 분할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유를 소크라테스, 잔다르크 등 인류 역사상 중요한 재판을 살펴보며 짚는다.
김 변호사는 정치적 고향은 국민의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정계 복귀 가능성은 없을까. 김 변호사는 "불출마가 아쉽지는 않다"고만 답했다.
김 변호사는 2020년 초 후보자 시절 본지와 인터뷰에서 "꽉 막힌 변비 같은 상태인 우리나라 정치판에 틈과 균열을 만들어내는 '품격 있는 또라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정치는 대중을 따라가는 게 아닌, 리드하는 거라고 봐요. 저는 국회의원 시절 때도 잘못된 것을 계속해서 비판해왔고 이는 제 나름대로의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양당 정치에도 어느 정도 균열은 생겼죠. 언젠가는 이 균열이 큰 틈으로 나타날 거고 그 사이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보면 화가 많은 것 같은 데 남을 쉽게 판단하는 '저지멘털(judgemental)'한 것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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