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살겠네" 찜통 도심 속 오아시스, 스마트 승강장 인기

박기웅 기자 2024. 8. 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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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말바우시장 인근 한 버스정류장.

시장 장날을 맞아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운 한 이모(76·여)씨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이씨는 "찜통 같은 더위에 시장통을 돌아다녔더니 딱 죽겠다"며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정류장에 들어오니 이제 좀 살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에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냉방시설을 갖춘 버스정류장 '스마트 쉘터'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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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 시설 갖춰 실내 25도 유지하는 쉼터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인기…83%가 '만족'
광주에 44개소…전체 정류장의 1.85% 수준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말바우시장(동) 정류장에 설치된 스마트쉘터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4.08.02. pboxer@newsis.com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아이고, 이제야 좀 살겠네"

지난 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말바우시장 인근 한 버스정류장. 시장 장날을 맞아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운 한 이모(76·여)씨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광주(풍암)의 최고 체감온도는 36.6도. 소나기가 내린 뒤 습도까지 높은 탓에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어르신의 얼굴을 붉다 못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씨는 "찜통 같은 더위에 시장통을 돌아다녔더니 딱 죽겠다"며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정류장에 들어오니 이제 좀 살겠다"고 말했다.

냉방시설을 갖춘 말바우시장(동) 정류장에는 이씨 말고도 시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많았다. 이미 앉을 자리가 없는 탓에 한 학생이 문밖을 서성거리자 한 어르신은 "이리 들어와, 밖에 너무 더워"라고 안으로 들이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말바우시장(동) 정류장 스마트쉘터가 더위를 피해 버스를 기다리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08.02. pboxer@newsis.com

해당 정류장에는 천장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자동문 위쪽에는 에어커튼도 있어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비슷한 시각 북구 전남대학교 정류장에도 한 어르신이 의자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바깥 온도는 35도를 넘어섰지만 정류장 내부 온도는 26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더위를 식히던 박모(72)씨는 "더워도 너무 더워 밖을 돌아다니기가 겁난다"면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나왔는데 쉬었다 가련다. 여기 버스정류장은 에어컨이 있어 이런 날씨에 쉬어가기 딱 좋다"고 했다.

광주지역에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냉방시설을 갖춘 버스정류장 '스마트 쉘터'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4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스마트쉘터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승강장이다. 에어컨과 에어커튼, 난방기, 냉온열 의자 등 냉난방시설은 물론 와이파이(WiFi)와 휴대전화 충전기 등 시설을 갖췄다.

승강장마다 다르지만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 시스템이 설치돼 있거나, 통합관제센터,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통화장치, 24시간 가동되는 내외부 방범 폐쇄회로(CC)TV, 응급 환자를 위한 자동심장충격기(AED)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 버스정류장 스마스쉘터에서 한 시민이 에어컨 바람을 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4.08.02. pboxer@newsis.com


여름철에는 시내버스가 운행하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냉방시설이 가동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밀폐된 부스 형태의 공간 안은 25~26도 수준의 기온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2021년부터 속속 조성되기 시작해 광주에는 현재 ▲동구 2개소 ▲서구 2개소 ▲남구 4개소 ▲북구 12개소 ▲광산구 24개소 등 총 44개의 스마트쉘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역 전체 정류장이 2378개소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1.85% 수준에 불과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뚜벅이' 시민들은 스마트쉘터가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위는 물론 갑작스레 내리는 폭우 등도 피해갈 수 있어서다.

실제 스마트쉘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광주 남구가 스마트셀터 이용자 386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83%(321명)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단연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 시스템 가동이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앞에 설치된 버스승강장 '스마트쉘터' 모습. 전남대 정류장은 냉난방 시설을 비롯해 미세먼지를 피해갈 수 있는 공기청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2024.08.02. pboxer@newsis.com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추가 설치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쉘터 하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약 8000만원 상당의 예산이 소요되는 데다, 인도와 접하는 버스승강장 특성상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추가 확대를 하고 싶지만 예산과 부지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 기부체납 등 방식이 아니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름철 무더위 속 시민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기 점검 등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box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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