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 내리는데 대출 금리는 오른다…혼란 지속되는 은행 금리
예금 이자는 내리는데 대출 금리는 오르는 등 은행 금리 체계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빅컷’(0.50%포인트 인하) 전망 등으로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도리어 대출 금리를 거듭 올린 영향이다.
KB국민은행은 5일부터 상당수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춘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33년 이상 예금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포인트 일제히 인하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커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030∼5.204% 수준이다. 약 열흘 전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해 하단이 0.19%포인트 높아졌다. 변동금리(연 4.030∼6.548%) 하단도 0.07%포인트 올랐다.
이는 대출금리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의 흐름을 역행한 결과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345%에서 3.204%로 0.141%포인트 떨어졌고, 변동금리 지표 코픽스(COFIX)는 3.52%로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을 압박한 결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것이다.
이처럼 반대로 가는 예금·대출금리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는 자꾸 낮아지는데, 대출금리를 결정할 가계대출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일 “은행은 당국 지침에 따라 대출 증가세를 줄이고자 하는 만큼, 굳이 예금 금리를 높여 자금 조달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 이유로 예금 금리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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