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너무 힘드네”…‘小공주’의 나라서 4천만 노총각들의 절규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8. 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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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139]
[사진=챗GPT]
도쿄에 사는 50대 일본인 A씨. 과거 베이징에서 수년간 주재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어느날 베이징 근무 당시 알게 된 중국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딸이 얼마간 도쿄에 있는 일본어 학교에 다니게 됐다는 것이다. 식사 정도야 언제든 편할때 대접하겠다고 말했고, 얼마후 그 친구의 딸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의 딸은 들떠 있었다. A씨가 “뭐 먹고 싶니?” 묻자, 그녀는 SNS로 미리 검색했는지 즉시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그 식당은 지역에서 유명한 최고급 고깃집으로 1인분에 기본 2만엔(약 18만원)은 나오는 곳이었다. 주변 적당한 가격대 식당을 예상했던 A씨 였지만 기대에 찬 눈빛을 거절할 순 없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친구의 딸은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릴 뿐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그렇게 혼자 4인분을 넘게 먹고난 뒤 헤어질 시간. 그녀는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다음달 내 생일인데, 생일날 또 이 가게 오고 싶어. 친구들 불러도 되죠?”
‘백련화’ ‘녹차부’...中서 일부 MZ 여성들 지칭하는 유행어
지난달 14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실내흡연을 하는 중국 여성 모습. 이 여성은 주변사람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안하무인은 백련화의 특징이다.
한 나라에서 유행하는 단어, 신조어등은 그 나라와 사회의 특성과 상황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 됩니다. A씨가 만난 친구의 딸이 모여준 모습은 중국에서 회자되는 ‘백련화’(白蓮花) 또는‘녹차부’(绿茶婊)에 빗댈 수 있습니다.

이 단어들은 근래들어 중국에서 유행하게 된 신조어인데, 원래 중국 사극등에서 겉은 하얀 연꽃처럼 순진무구한 듯하나 속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중국 SNS를 중심으로 약간 변형되어 현실에서 이기적이고 개념이 부족한 소위 공주병에 걸린 듯한 여성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습니다. 주로 198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출생한 MZ세대들이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세태는 1980년 이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시행됐던 ‘1가구 1자녀’ 정책의 부작용과 이 시기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산아제한 정책으로 현재 중국에서 40세 이하 중국인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동입니다. 자녀를 1명 밖에 갖지 못하도록 국가가 철저하게 강제하다 보니 이들 세대들은 부모와 친외가 조부모까지 6명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금지옥엽으로 자랐습니다. 부모들의 극성속에 매우 이기적이고 예의없이 자란 이들 세대들을 지칭해 ‘소황제’ ‘소공주’ 또는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부모와 조부모의 ‘6개의 지갑’ 등의 말이 생겨난 배경입니다.

그리고 산아제한과 유교적 잔재에 따른 남아 선호가 초래한 성비 불균형 으로 중국 여성들의 소공주적 모습은 특히 결혼 적령기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국사회는 기본적으로 한국, 일본에 비해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원래부터 많고 가정내에서 발언권도 강한데, 여기에 소공주로 자란 영향까지 더해지고 있는 겁니다.

평생 짝 못찾는 셩난(剩男) 4천만명…더 높아지는 中여성들 눈높이
중국 남성이 결혼할때 준비해야 하는 혼수품 3가지(三大件)의 부담을 ‘3개의 산(三大山)’에 빗댄 삽화. [사진=바이두]
현재 중국의 혼인율 및 출산율 감소추세는한국이상으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기형적 성비 불균형이 이를 부추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체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2020년 기준 105.3으로 한국(100.4)보다 상당히 높지만 놀랄 만큼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왜곡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2020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25~29세는 106.7, 20~24세는 114.6, 15~19세는 118.4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 후반들어 출생 성비가 다소 완화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올해 기준 15-19세 성비는 117.25에 달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결혼적령기 중국 남성의 숫자는 여성보다 약 3500만명 가량이나 많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불균형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여성학자 리인허(李銀河) 교수는 최근 “2050년 쯤이면 만 35~59세 중국 남성 4000만명 가량은 영원히 반려자를 못 찾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짝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남성은 중국에서 ‘팔리지 않은 남성’이라며 ‘셩난(剩男)’이라고 불립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남성들, 특히 농촌 ‘셩난’들은 결혼을 하려면 아내를 위해 집·차·지참금(彩禮·차이리) 등 혼수품 3가지(三大件)‘를 갖춰야 합니다.

지난해 중국 허난성의 한 결혼식장 풍경. 신부 측에서 ‘차이리를 받지 못했다’며 결혼식 참석을 거부하자, 신랑의 부친(아랫줄 가운데)이 급히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전화를 돌리고 있다. [사진=바이두]
하나 뿐인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부모들까지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으고 빚을 져서라도 신혼집을 구해가는 풍경은 중국의 중산층과 서민층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부동산 가격도 뛰면서 과거에는 지역에 상관없이 새 집 정도로 족했다면, 최근에는 현성(현청 소재지 도시)급에서 구해오는 게 기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 적령기 여성이 귀하다 보니 신부감을 얻기 위한 중국 남성들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상대적으로 중국 여성들의 콧대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당국의 정책적 실패와 쉽게 바뀌지 않는 전근대적 관습 등이 겹친 결과로 보입니다.

물질적 풍요>가족?...日 ‘잃어버린 20년’ 기간 고국으로 돌아가버린 中아내들
돈 자랑을 하는 SNS 계정을 운영하던 중국 인플루언서 왕훙취안신. 지난 5월 계정이 막혔다. 최근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잇따라 철퇴를 맞은 것은 중국 당국의 배금주의 단속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A씨에 따르면 일본경제가 호황과 버블붕괴 초입을 지나던 1990년대 초, 도쿄에서는 중국인 아내와 결혼한 일본인 남편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경제적 기회를 찾아 일본에 왔던 중국 여성들과 연이 닿아 결혼했거나, 이들이 중국 주재원을 하던 시절 만나다가 일본에 같이 들어오게 된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만큼 국제결혼후 생기는 고민거리나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모임은 당초 취지인 고민 나누기 보단 남편들이 서로 자신의 중국인 아내에 대해 자랑하는 자리가 되는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점차 흥미를 잃게 된 A씨는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20년뒤, A씨는 우연히 중국행 비행기에서 당시 모임의 간사였던 남성과 만나게 됐습니다. 안부를 물으며 해묵은 이야기를 하던 중 A씨는 그가 중국인 아내와 오래전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놀라운 것은 당시 모임에 있었던 일본인 남성들 10명중 8명이나 이혼을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이혼 사유는 경제문제였습니다. 2000년대 에서 2010년대에 걸쳐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 하는 사이 일본은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기회가 고국에 있다는 생각에 중국인 아내들은 일본인 남편과 헤어져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돈이 끊기자 인연까지 정리되고 만 것이었습니다.

개인적 경험이고 아주 최근의 광경은 아니지만 중국사회에서 배금주의로 인한 문제점들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 배금주의 타파를 외쳐왔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랑으로 국경을 넘어 어렵사리 결혼에 골인했지만, 경제문제가 가족의 연까지 간단히 끊어버리는 세태. 비단 중국사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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