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에 소풍 나왔어요”…서울광장 야외도서관 시즌2 시작
“잔디가 깔린 광장에서 책을 읽으니, 소풍 나온 것 같아요. 야외라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느낌이 좋네요.”
지난 1일 저녁 7시 서울 중구의 서울광장에 마련된 야외도서관을 찾은 남명우(69)·함성룡(70) 부부는 캠핑용 의자에 마주 앉아 책을 읽었다. 다음달 일본 가족여행을 앞둔 남씨는 여행책에서 가볼 만한 곳과 맛집 정보들을 찾아 연신 사진을 찍었다. 평소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함씨가 고른 책은 ‘한예종에서 세무사까지’. “가볍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랐다”는 함씨는 이미 책장 절반을 넘겼다.
평소에도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는 남씨는 야외도서관이 가진 매력에 푹 빠졌다. “실내도서관에 가면 갇혀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야외도서관은 다르네요. 소리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 저녁이라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책 읽기 좋아요.”
야외도서관 ‘책 읽는 서울광장’은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사업 첫해에는 더위를 피해 여름철 운영을 중단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야간으로 운영 시간을 바꿔 여름에도 야외도서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책 읽는 서울광장’에는 지난 4월1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누적 44만여명, 하루 평균 1만1686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도 지난 6월부터 ‘책 읽는 서울광장’ 야간 운영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첫째 주 이후 장마 탓에 운영하지 못하다 이날 다시 열렸다. 오후 5시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시민들은 하나둘씩 광장의 빈백과 캠핑용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광장 곳곳에는 ‘봄’, ‘채움’, ‘만남’ 등 주제에 따라 5000여권의 책이 있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며 빈자리를 기다렸고, 먼저 온 이들이 떠난 자리를 다시 채웠다. 아이들은 광장 한가운데의 대형 블록과 원통형 장난감 사이를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무대 공연이 한창인 듀오 발듀(BALDU)의 노랫소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날이 어두워지자 자리마다 독서등과 랜턴이 켜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광장은 밝아졌다. 독서등 아래에서 책을 읽던 김양분(67)씨는 “원래 공연만 보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집에서 읽으려고 했는데 선선한 바람도 불고 음악도 잔잔히 깔리니 책을 안 펼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휴가를 맞아 울산에서 서울로 가족여행을 왔다는 전상범(43)씨는 “광장을 지나다 우연히 아이들과 함께 들렀는데, 아이들이 집중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며 “따로 준비한 책 없이 가까운 곳에서 골라 읽고 있는데 벌써 1시간 반이나 지난 줄 몰랐다”고 말했다. 2주간 서울 출장을 왔다는 황현준(37)씨는 “퇴근길에 들러 책을 읽고 있는데 좋다”며 “서울에 있는 동안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이색적인 분위기는 언어의 장벽도 넘었다. 프랑스에서 서울로 출장 온 에릭 비고(53)는 “아직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 가장 쉬워 보이는 책을 골랐다”며 ‘열네살 영심이’ 만화책을 들어 보였다. 그는 “책의 뜻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밤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듣고 책을 보는 이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머무는 동안 자주 찾아오려 한다”고 말했다.
야외도서관은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광화문 책마당, 청계천 일대(모전교∼광통교)에서 오는 11월10일까지 즐길 수 있다. 서울광장은 매주 목∼일요일, 광화문 책마당은 매주 금∼일요일, 청계천 일대는 주말마다 운영된다. 오는 9월29일까지는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 운영을 하고, 10월부터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간 운영으로 바뀐다.
주성미 천경석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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