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제 속 문학작품 홈피 공개한 평가원... 대법 “저작권 위반”

방극렬 기자 2024. 8. 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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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시험지를 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및 모의고사를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나 미술 작품을 인용한 시험문제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별도의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저작물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평가원은 협회에 배상금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사건은 평가원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문학·미술 작품 155건이 인용된 수능, 고입선발고사, 검정고시 문제지를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 내려받을 수 있게 한 것이 발단이다. 각종 시험 문제에는 시와 소설, 미술작품 등이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되는데, 해당 작품을 복사하거나 전송할 권리를 신탁(信託) 받은 협회 측은 평가원이 저작권 사용료 지불 없이 문제를 공개한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평가원은 ‘공표된 저작물은 교육, 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인용할 수 있다’는 저작권법 조항을 근거로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1심은 “평가 문제 공개는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홈페이지 게시 기간 등을 고려해 평가원이 협회에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작품을 인용해 문제를 내는 것을 넘어, 시험과 채점이 끝난 후에도 문제를 계속해서 공개하는 것은 ‘정당한 인용’이 아니라고 봤다.

2심은 “시험이 종료된 후 저작권자 동의 없이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정당한 채점과 성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시험의 출제와 성적 제공까지 완료된 후에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시험에 이용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전송하는 것은 ‘시험 목적에 필요한 정당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익상 필요한 경우 평가원은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기출문제를 공중(公衆)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며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평가원의 게시 행위는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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