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효율'에 완전 반했다…'전체 1순위' 외인, "3시즌 연속 최하위 AI페퍼스의 새 역사 쓰고싶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 MBTI요? INTJ요."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크로아티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바르바라 자비치(29)를 뽑았다.
1m91의 큰 키를 갖춘 자비치는 벨기에와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스위스 등 다양한 리그에서 활약했다. 2023년에는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해 네이션스 발리볼 리그(VNL)에 참여, 한국과 맞붙기도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공격력과 함께 확실한 높이 보강에 성공했다.
자비치는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곧바로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진행 중인 팀 훈련에 합류했다. 구단 메디컬테스트까지 무사히 통과하면서 팀의 일원이 됐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트라이아웃 당시에 굉장히 스마트한 선수였다. 합류 전부터 조금씩 훈련도 해왔다고 하더라. 이제 천천히 몸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만난 자비치는 "팀원이 모두 친절했다. 언어가 다르지만, 영어로 계속 말을 걸어주려고 했던 모습이 많이 감동받았다"고 했다.
장마와 폭염이 가득할 때 온 만큼, 한국의 날씨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비치는 "한국은 날씨가 더운 것 뿐 아니라 습하다. 또 음식이 조금 매운 거 같아 적응 중에 있다. 또 그동안 주식이 빵이었는데 밥 위주로 나와서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름의 적응 비결도 공개했다. 자비치는 "오픈 마인드가 돼야 한다. 배구적인 면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곳에 갔을 때 그곳의 문화나 코칭 스타일에 대해서 스펀지처럼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MBTI를 INTJ라고 밝힌 자비치는 한국의 빠르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문화에 완전히 반했다. 자비치는 "한국이 아무래도 모든 부분이 빠르고 효율적인 걸 많이 강조하다보니 너무 좋다"라며 "V리그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고, 좋은 리그라고 들었다. V리그는 팬들의 열기가 뜨겁더라. 또 대부분의 아시안팀이 그렇듯 에너지도 좋고 수비도 좋다. 내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껴 여러 나라에서 뛰었다. 그리고 조금 성장했다고 느꼈을 때 V리그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비치의 '효율' 및 '체계'의 사랑은 V리그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줬다. 자비치는 "벤치에 보면 코치님들도 많고 스태프도 많다. 이런 체계적인 게 나에게는 중요하다. V리그가 체계적이다보니 좋은 작용이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VNL에서의 한국팀과 맞대결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자비치는 "박정아가 당시의 주장이기도 했다. 김연경(흥국생명) 이후 주장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 와서도 박정아를 보고 그 때 그 주장이었다는 걸 느꼈다. 또 문정원(도로공사)도 기억에 남는다. 너무 수비가 좋아서 서브할 때는 그 곳으로 치지 말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1~2022년 시즌 첫 선을 보인 뒤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탈꼴찌'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황. 자비치는 "일단 알고 있다. 농구도 좋아해서 NBA도 보는데 드래프트를 하면 하위권 팀이 1순위 공을 가지고 갈 확률이 높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었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회가 온 게 좋다. 이제 페퍼저축은행의 네 번째 시즌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확실한 팬서비스도 약속했다. 자비치는 "나에게 어린 팬들은 의미가 크다. 나도 어렸을 때 프로배구 선수를 우러러봤는데 친절하게 대해주거나 안아주거나 유니폼에 사인을 해주거나 이런 걸 보면서 인간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순위가 올라서 첫 시작보다 마무리가 좀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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