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화려한 빛으로 깨어나다…국가유산 미디어아트전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로
국가유산 의미 적극 조명
고대 생활상·계절변화 등
3D 이미지로 생생 재현
진주·부여 등 7곳서 진행
야간에 조명 비추는 형식
다양한 소재 볼거리 풍성
건물 외벽에 3차원(3D)으로 만든
바다 생물이 헤엄치고, 서울 밤하늘에
거대한 오로라가 휘황찬란하게 빛난다. 캔버스를 벗어난 예술 ‘미디어아트’가
지역의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른다.
미디어아트는 가상현실(VR)·음향·웹아트 등 최신 과학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예술 형태를 말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디어아트가
국가유산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2021년 시작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첨단 기술을 통해 국가유산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알리고 있다.
올해는 60년간 사용해온 ‘문화재’ 명칭이 ‘국가유산’으로 탈바꿈해 더 의미가 있다. 7월26일 올해 첫 미디어아트
‘메타 헤리티지(Meta Heritage)’가 열린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
◆ 푸른 팔각지붕 아래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전시가 한창인 옛 해운대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면을 가득 채운 미디어아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민지 국가유산진흥원 문화유산사업실 대리는 국가유산이 지닌 의미를 독창적으로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해보길 조언했다.
“들어오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작품은 ‘고분의 빛’이라는 작품입니다. 옛날 가야 고분군을 만들 때 이야기를 상상해 빛과 디지털 색채로 표현했습니다.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과 고대의 생활상에 밤낮과 계절 변화까지 담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과 관람객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예술 작품을 가만히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움직임, 소리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다음 작품인 ‘7 레거시스(Legacies·유산)’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했다. 강원 강릉 대도호부관아, 전남 고흥 분청사기요지 등 7개 주요 국가유산의 특징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내는데 작품에 손을 가져다 대면 해당 국가유산의 역사와 그곳에서 열릴 미디어아트 행사 정보가 화려한 시각효과와 함께 나타난다.
이날 전시장을 방문한 김종호씨(27·경기 화성)는 “최근 국내 여행을 다녀보면 미디어아트 전시가 많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국가유산을 미디어아트로 접하니 색다르고 훨씬 감각적으로 다가온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지막 작품인 ‘반구대의 기억’은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몰입형 미디어아트다. 암각화에 새겨진 조각과 이미지를 3D로 실감 나게 재구성했다. 미디어아트 벽을 제외한 모든 벽과 바닥이 유리로 이뤄져 스크린 속 장면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이설 프로젝트매니저(PM)는 “규모 있는 공간에 3D그래픽이 가득 차도록 작품이 설치돼 관람객이 깊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리는 “국내 여행을 겸할 수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전시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며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국가유산을 보다 친숙하게 접하고 관심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향후 열리는 전국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전국 7곳에서 차례로 열리는 ‘2024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잎이 떨어지는 늦가을까지 계속된다. 전시는 문화유산에 조명을 비추는 형식으로 주로 밤에 진행된다.
경남 진주에선 이달 2∼25일 ‘온새미로, 진주성도’를 주제로 진주성 일원 7곳에 미디어아트가 전시된다. 이후 9월6∼29일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일원에서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사비백제를 볼 수 있다. 9월6일부터 한달간 전북 익산 미륵사지 일원에선 미륵사지에 비치는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초대형 레이저 아트쇼 등 다양한 체험전시가 열린다. 9월13일∼10월6일 고흥 분청사기요지에선 ‘화화(火花) 1250, 고흥에서 피어난 열정의 꽃 분청’을 주제로 미디어아트와 공연이 준비돼 있다. 충남 공주 공산성 일원에선 9월13일∼10월10일 백제문화를 표현한 미디어아트와 금서루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다. 9월28일∼10월20일 경기 수원 화성에선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의 작품이 가을밤 하늘을 화려하게 비춘다. 마지막으로 10월5∼27일 강릉 대도호부관아, 칠사당, 임영관 삼문 등에서 ‘강릉을 그리다’를 주제로 율곡 이이와 교산 허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디어아트로 한여름엔 무더위를 피해 멋진 국가유산을 감상하고, 가을엔 국가유산의 그윽한 향기에 빠져볼 절호의 기회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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