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중부담·중복지로 가려면 증세해야···윤 정부 감세 되돌려야”[인터뷰]

김윤나영 기자 2024. 8.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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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2일 “여력이 있으면 증세를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깎아준 감세를 돌이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사회가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고, 중부담으로 가야 중복지라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증세 방안으로 이 원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원상 복귀를 제시했다. 여야는 2022년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 세율을 일괄 1%포인트씩 깎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4%로 줄었다.

이 원장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담은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을 두고는 “상위 0.5%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원장은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를 3년 더 유예하거나, 기본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같은 선택지를 제안했고 이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재명의 책사’로 불린다. 경기연구원장 시절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이 전 대표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상호 모순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정책들을 쓰는 게 문제다.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면서 재정건전성을 얘기한다. 세수결손이 심각한데 계속 감세를 한다.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연구·개발(R&D) 예산을 깎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양떼 같다.”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깎으려 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상위 1%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라고 얘기하던데, 내가 보기엔 상위 0.5%를 위한 정책이다. 상위 0.5%에게 상속세를 깎아주면 투자가 늘어나나? 내수가 진작되나?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부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놔두면 이 사회에 무슨 공정과 상식이 있겠나.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반대한다.”

-지난해 세수 결손이 56조원 넘게 났다.

“2024년 세법개정안으로 앞으로 5년간 18조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데, 대부분 상속세 감소 효과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56조원의 세수가 펑크 났고 이번에 또 감세하면 5년 뒤 누적 감세효과가 100조원 넘을 것이다. 정부가 차기 정부에 100조원의 빚을 넘겨주고 가겠다는 건데 갑갑하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는 것이 조세 정의다.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다만 청년들이 기회에 대한 과세를 하는 기분이 든다면 청년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줘야 한다. 이재명 전 대표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금투세 과세 요건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든지, 대선 뒤인 2028년 1월로 유예하자고 했다. 2027년에 우리가 집권하면 새 정부에서 금투세를 새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예정대로 금투세를 내년에 시행하면 안 되나?

“여야 합의를 해서 하는 게 맞다.”

-이 전 대표가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언급했다.

“2022년보다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80% 이상 줄었다. 종부세도 거의 초부자 세금으로 변했다. 1인당 종부세액은 평균 87만원 정도로 낮다. 이걸 왜 건드리나.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을 조정할 여지는 남았다. 다만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종부세 개편안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이 먼저 완화하자고 하긴 부적절하다. 올해는 종부세 개편은 지나간 것이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을 ‘현금살포법’이라고 반대한다.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재원으로 12조~13조원 정도 든다. 현 정부가 세수펑크를 내서 그렇지, 엉망이 된 민생을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왜 못하나. 정부 쪽에서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하던데 과장된 우려다. 지역화폐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주기에 전통시장·자영업 경기가 살아난다. 정부가 1인당 25만원이 많다고 여긴다면 20만원씩 주거나 차등해서 줘도 된다.”

-일회성으로 25만원 주는데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지원금을 다 쓰고 난 다음에도 경기가 좋아진다. 전통시장에서 짜장면집이 맛있다고 여긴다면 지역화폐를 다 썼다고 그 다음부터 안 가지 않는다. 민생회복지원금은 경기가 안 좋아질 때마다 계속 지급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문재인 정부도 재난지원금을 40조~50조원 정도 풀었는데, 나는 100조원 이상 썼어야 한다고 본다.”

-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금융 등 기본사회 정책이 한국사회에 필요하다고 보나?

“기본소득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재정 소요가 많아서 기본서비스를 구상했다. 누구나 20살까지 교육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본교육, 누구나 일정 금액까지는 최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본금융, 태양광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가구가 공짜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에너지 정책 등을 해볼 수 있다. 출생 기본소득도 꼭 해보고 싶다. 모두 함께 가자는 기본사회 정책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가장 예의바른 방법이다.”

-증세에 대한 생각은.

“여력이 있는 곳은 증세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정도 복지비로 쓰고 있는데, 복지국가로 가려면 GDP 대비 20%는 써야 한다. 많이 쓰려면 걷어야 한다. 당장 고부담으로 가기가 어려우니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부담으로 가야 중복지라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RE100 등 첨단산업 육성방안을 야심차게 내놓아야 한다. 과학과 교육에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증세할 만한 세목을 꼽자면.

“정부가 깎아준 것을 돌이켜야 한다. 법인세를 25%에서 24%로 깎았는데 되돌려야 한다. 감세했던 것부터 먼저 돌려놓아서 교육·R&D 투자에 더 써야 한다.”

-민주당이 정부의 ‘부자 감세’를 비판하면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당 내부에서 세법개정안에 대한 치열한 논쟁들이 일어날 것이다. 민주당이 계급 정당이 아니니까 스펙트럼이 있는 게 당연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좁혀질 것이다.”

-민주당이 반도체산업에 정부보다 더 큰 감세를 지원하는 ‘K칩스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우리나라처럼 빠른 속도로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진 나라가 없다. 반도체 등 신산업들을 위한 세제 지원 정도는 전략적으로 할 수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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