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중부담·중복지로 가려면 증세해야···윤 정부 감세 되돌려야”[인터뷰]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2일 “여력이 있으면 증세를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깎아준 감세를 돌이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사회가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고, 중부담으로 가야 중복지라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증세 방안으로 이 원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원상 복귀를 제시했다. 여야는 2022년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 세율을 일괄 1%포인트씩 깎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4%로 줄었다.
이 원장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담은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을 두고는 “상위 0.5%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원장은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를 3년 더 유예하거나, 기본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같은 선택지를 제안했고 이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재명의 책사’로 불린다. 경기연구원장 시절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이 전 대표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상호 모순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정책들을 쓰는 게 문제다.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면서 재정건전성을 얘기한다. 세수결손이 심각한데 계속 감세를 한다.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연구·개발(R&D) 예산을 깎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양떼 같다.”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깎으려 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상위 1%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라고 얘기하던데, 내가 보기엔 상위 0.5%를 위한 정책이다. 상위 0.5%에게 상속세를 깎아주면 투자가 늘어나나? 내수가 진작되나?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부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놔두면 이 사회에 무슨 공정과 상식이 있겠나.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반대한다.”
-지난해 세수 결손이 56조원 넘게 났다.
“2024년 세법개정안으로 앞으로 5년간 18조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데, 대부분 상속세 감소 효과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56조원의 세수가 펑크 났고 이번에 또 감세하면 5년 뒤 누적 감세효과가 100조원 넘을 것이다. 정부가 차기 정부에 100조원의 빚을 넘겨주고 가겠다는 건데 갑갑하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는 것이 조세 정의다.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다만 청년들이 기회에 대한 과세를 하는 기분이 든다면 청년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줘야 한다. 이재명 전 대표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금투세 과세 요건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든지, 대선 뒤인 2028년 1월로 유예하자고 했다. 2027년에 우리가 집권하면 새 정부에서 금투세를 새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예정대로 금투세를 내년에 시행하면 안 되나?
“여야 합의를 해서 하는 게 맞다.”
-이 전 대표가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언급했다.
“2022년보다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80% 이상 줄었다. 종부세도 거의 초부자 세금으로 변했다. 1인당 종부세액은 평균 87만원 정도로 낮다. 이걸 왜 건드리나.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을 조정할 여지는 남았다. 다만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종부세 개편안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이 먼저 완화하자고 하긴 부적절하다. 올해는 종부세 개편은 지나간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을 ‘현금살포법’이라고 반대한다.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재원으로 12조~13조원 정도 든다. 현 정부가 세수펑크를 내서 그렇지, 엉망이 된 민생을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왜 못하나. 정부 쪽에서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하던데 과장된 우려다. 지역화폐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주기에 전통시장·자영업 경기가 살아난다. 정부가 1인당 25만원이 많다고 여긴다면 20만원씩 주거나 차등해서 줘도 된다.”
-일회성으로 25만원 주는데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지원금을 다 쓰고 난 다음에도 경기가 좋아진다. 전통시장에서 짜장면집이 맛있다고 여긴다면 지역화폐를 다 썼다고 그 다음부터 안 가지 않는다. 민생회복지원금은 경기가 안 좋아질 때마다 계속 지급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문재인 정부도 재난지원금을 40조~50조원 정도 풀었는데, 나는 100조원 이상 썼어야 한다고 본다.”
-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금융 등 기본사회 정책이 한국사회에 필요하다고 보나?
“기본소득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재정 소요가 많아서 기본서비스를 구상했다. 누구나 20살까지 교육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본교육, 누구나 일정 금액까지는 최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본금융, 태양광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가구가 공짜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에너지 정책 등을 해볼 수 있다. 출생 기본소득도 꼭 해보고 싶다. 모두 함께 가자는 기본사회 정책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가장 예의바른 방법이다.”
-증세에 대한 생각은.
“여력이 있는 곳은 증세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정도 복지비로 쓰고 있는데, 복지국가로 가려면 GDP 대비 20%는 써야 한다. 많이 쓰려면 걷어야 한다. 당장 고부담으로 가기가 어려우니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부담으로 가야 중복지라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RE100 등 첨단산업 육성방안을 야심차게 내놓아야 한다. 과학과 교육에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증세할 만한 세목을 꼽자면.
“정부가 깎아준 것을 돌이켜야 한다. 법인세를 25%에서 24%로 깎았는데 되돌려야 한다. 감세했던 것부터 먼저 돌려놓아서 교육·R&D 투자에 더 써야 한다.”
-민주당이 정부의 ‘부자 감세’를 비판하면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당 내부에서 세법개정안에 대한 치열한 논쟁들이 일어날 것이다. 민주당이 계급 정당이 아니니까 스펙트럼이 있는 게 당연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좁혀질 것이다.”
-민주당이 반도체산업에 정부보다 더 큰 감세를 지원하는 ‘K칩스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우리나라처럼 빠른 속도로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진 나라가 없다. 반도체 등 신산업들을 위한 세제 지원 정도는 전략적으로 할 수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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