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1위에 ‘공안통’ 국가주석…‘권력 집중’ 꾀하나
서열 1·2위를 겸하며 권력 집중 나설지 주목
‘공안통’으로 꼽히는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67)이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총비서 자리에 올랐다. 럼 신임 총비서는 자신이 주도해왔던 ‘반부패 캠페인’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서열 1·2위를 겸하며 권력 집중을 꾀할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또 럼 주석을 만장일치로 공산당 총비서에 선출했다. 베트남에서 공산당 총비서는 권력 서열 1위에 해당한다. 럼 신임 총비서는 응우옌 푸 쫑 전 총비서가 별세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권력 서열 2위인 주석으로서 임시 총비서를 맡은 바 있다.
럼 총비서는 베트남의 외교 노선에 변화를 취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발전 목표에 집중하고 반부패 단속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반부패 캠페인은 맹렬하게 지속한다”며 “개인적으로 공안부 장관으로 일하며 그 분야에 경험이 많은 점을 행운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럼 총비서는 공안부에서만 40여 년간 일한 ‘공안통’으로, 2016년 공안부 장관을 맡아 반부패 캠페인을 주도했다. 지난해까지 응우옌 쑤언 푹 전 주석, 팜 빈 민 전 부총리 등이 낙마했고 올해에는 쫑 전 총비서의 측근으로 꼽혔던 보 반 트엉 전 주석과 쯔엉 티 마이 당 조직부장(서열 5위)이 당 부패 규정 위반으로 물러났다.
이처럼 정치적 맞수가 거의 사라진 가운데 럼 총비서는 지난 5월 주석직에 올랐다. 그 사이 쫑 전 총비서가 사망하며 다시 2개월여 만에 권력 1위로 등극했다.
이를 두고 재커리 아부자 미국 국방대 교수는 “럼이 (반부패를 도구로) 정치국 내 총비서가 될 자격이 있는 경쟁자를 체계적으로 쓰러뜨렸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권력 서열 3위 팜 민 찐 총리를 제외하면 럼 총비서가 이제 “최후의 생존자”가 됐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표방해 온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하리란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은 공산당 총비서,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4명이 권력을 나눠 국가를 이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비서를 겸하는 중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제 럼 총비서가 현직 주석으로서 총비서가 된 만큼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럼 총비서가 주석직도 겸직할지 아니면 다른 이에게 넘겨줄지가 관건이다. 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럼이 총비서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새로 주석을 지명하는 일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유소프이샥 연구소 응우옌 칵 장 연구원은 “만약 새 주석을 임명하지 않고 중앙위원회가 끝난다면 이는 베트남의 새로운 장을 알리는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럼은 반부패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으나 2026년 공산당대회 전까지 당 체계를 안정화하는 것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어 그 속도는 다소 느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산당 총비서가 주석을 겸한 전례도 있다. 쫑 전 총비서는 2018년 쩐 다이 꽝 당시 주석이 사망한 이후 2021년 4월까지 약 3년 동안 총비서와 주석을 겸직했다.
한편 이날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레 민 카이 부총리, 장 꾸옥 카인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등 고위직 인사 4명의 사임을 승인했다. 공산당은 이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부패와 관련된 당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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