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4년만에 최대 낙폭(하루 3.65% 하락)을 기록하며 떨어지면서 2700선이 깨졌다. 미국 제조업 지표 쇼크(충격)가 미국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하자 외국인·기관발 매도 폭탄이 터졌다. 반면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반등을 노리며 외국인·기관 매도 물량을 사들인 상태다. 다음주에 발표되는 국내 중대형주 기업의 이익과 미국 서비스업 지표가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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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PMI 부진…9월 금리인하 가시화에도 '매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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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 전일 대비 101.49포인트(3.65%) 떨어진 2676.19에 마감했다. 2020년8월20일(3.66%) 하락 이후 일일 기준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코스피지수가 2700을 밑돈 것은 6월5일 이후 처음이다.
대형주들도 보기 드문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4.21% 떨어지면서 7만9600원에 마감했다. 2020년6월15일(4.56% 하락)이후 최대 낙폭이다. SK하이닉스는 10.4% 급락한 17만3200원에 마쳤다. 2011년8월18일(12.24%) 이후 가장 큰폭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코스피는 주간 기준으로 전주(7월26일·2731.90) 대비 55.71포인트(2.04%) 내렸다. 코스피에서 주간 기준으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6억원, 1조183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3855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 제조업 악화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 증시가 줄타격을 받았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로 시장 전망치(48.8)를 밑돌았고, ISM 제조업 PMI 하위지수인 고용지수는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음에도 위험 회피 성향은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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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마감 이후 미국 고용지표도 약세…주도주 교체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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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지난주 국내 증시 마감 이후 나온 미국 고용 지표도 약세로 판명됐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약 3년 만에 최고치였고,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11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다만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가 크게 떨어진 만큼 단기 반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700~2830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지수 하락을 주도한 AI(인공지능)·반도체 관련주의 급락 사태도 소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액(CAPEX)은 증가 추세로, 빅테크 기업의 자본지출 규모 확대 발표는 AI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반도체 및 IT 기업에 우호적"이라며 "AI 투자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 및 AI 반도체 기업의 주가 조정도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쏟아지는 매도물량을 소화하기까지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하루에 3% 이상 하락했던 사례를 보면 코스피 회복에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3개월 정도 지나 급락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라며 "8월2일 코스피 급락과 7월11일 코스피 고점 형성 이후 하락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틴 업종이 차기 주도주가 될 수 있다. 헬스케어와 소프트웨어 업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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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월 서비스업 지수 발표…연준 행보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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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 기준으로 오는 5일 밤 미국 ISM(공급자관리협회)의 7월 서비스업지수가 발표된다. 6월 ISM 서비스업지수는 49.6으로 5월(61.2)대비 하락한 상태다. 7월에도 전월 대비 하락할 경우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중대형주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이 버팀목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수방어가 원활하지 못했다. 다음주 GS,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넷마블, 하이브, 엔씨소프트 등 중대형주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연준이 경기방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JP모간과 씨티그룹은 연준이 오는 9월과 11월에 잇따라 50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낮추는 '빅컷'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