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백현진, ‘뇌 순수 투명남’의 매력 불감당이로세!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8. 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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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양상무는 사람이 참 투명해... 그래서 맘에 들어.”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 7회에서 황대웅(진구 분)이 양재승(백현진 분)을 평가한 말이다.

황대웅이 이 말을 할 때 양재승의 턱 밑으로는 검지 손가락 하나가 슬몃 붙는다. 마치 골몰하는 아이처럼 ‘질책일까, 칭찬일까?’ 궁리라도 하는 듯 하다. 애드리브로 보이는 그 액션의 치명적 귀여움이라니.. 시청자로서도 맘에 쏙 드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양재승은 업무적으로 특출나지 않다. 그 와중에 JU건설 상무까지 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줄서기를 잘한 덕분이다. 황대웅-서길표(김홍파 분) 전무로 이어지는 라인의 상선들이 양재승을 끌어준 데는 두 맘 감출 수 없는 그 투명함이 한 몫 했다. 귀에 달게 읊어댈 줄 아는 아부 스킬은 덤이다.

3일 방송된 9회 첫 장면에서도 양재승의 투명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황대웅의 출근길을 안달이 난 양재승이 마중한다. 차가 정차하자마자 뒷좌석 상석의 문을 여는데 황대웅이 없다. 황대웅은 엉뚱하게 반대편에 앉아있다가 내린다. 민망해서 차를 종종 돌아오는 양재승에게 황대웅이 묻는다. “왜 나와 있어?” 양재승은 답변 대신 되묻는다. “아니 근데 왜 이 쪽에 앉아 계세요?” 황대웅의 대꾸는 간단했다. “내 맘야.”

양재승이 안달 난 건 황대웅과 윤서진(조아람 분)의 사진이 첨부된 채용비리 고발 제보를 봤기 때문이다. 사안이 심각해 마중까지 나간 건데 정작 그 보다 앞선 것은 본인의 순수한 호기심였다.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라면 참 기발하다는 느낌이다.

양재승의 이 순수한 뇌는 첫회부터 소개됐다. 지원동기를 묻는 서길표의 질문에 신차일(신하균 분)이 “쥐새끼를 잡고 싶어 지원했다”고 답하자 양재승이 대뜸 어이없어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또 이런 빌딩에 쥐가 어디 있습니까?”

소심함은 패시브다. 그의 중간보스 서길표는 서류 보느라 인사 안한 직원의 정강이를 차려 들만큼 과격하고 보스 황대웅도 골프 외의 용도로 골프채를 애용하는 행동파인데 반해 신차일이 “회의합시다”며 말을 잘랐을 때 양재승은 “상사가 말을 하는데 왜 말을 자르지? 난 이해가 안가네..”궁시렁댈 뿐이다.

간이 작아 큰 비리도 못저지른다. 현장구내식당 입찰비리 감사가 시작됐을 때 양재승은 한 치 주저도 없이 황대웅 앞에 무릎꿇는다.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 단지 혼자 된 사돈 먹고 살라고 편인호(조한철 분) 구매사업본부장에게 청탁을 했던 죄다.

나풀나풀 팔랑귀도 마찬가지다. 제 딴에 라인이랍시고 끌어주는 감사팀 염경석(홍인 분) 차장을 휴민트로 신뢰한다. 영락없이 ‘양재승과’인 염경석의 말 안되는 추론이 양재승의 귀에 들면 의심의 여지 없는 정보로 탈바꿈하기 십상이다.

가령 나눔주택정비사업 횡령사건 당시 주택사업부 부장 유미경(홍수현 분)에 대한 신차일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때 염경석의 말을 고스란히 전하다가 기어코 황대웅으로 하여금 골프채를 들게도 만들었었다.

천성인지 세뇌 당한 건지 면박에 익숙한 것도 아부꾼으로서의 강점이다. 웬만큼 구박해선 심경에 흠집 하나 안난다. 보스 황대웅을 향한 그런 앙금없는 충성이 양재승의 명줄이기도 하다.

주체적으로 알아서 못해서 그렇지 능력도 있다. 황대웅이 콕 집어 시키는 일은 잘한다. 신차일 파보랬더니 무리한 감사로 인한 자살 사건까지 알아왔다. 채용청탁할만한 서길표 인맥 찾으랬더니 사채업자 정사장과 인사팀 정혜영(박예니 분) 대리의 부녀관계를 밝혀냈다.

물론 전 상사 서길표를 파헤치는 걸 꺼림칙해 했지만 “하라면 해!”라는 황대웅의 한 소리가 양재승의 소심한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심리적 부담을 덜어낸 양재승은 제가 획득한 성과를 보고하며 제법 의기가 양양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9회까지에서 그려진 양재승은 무릎 헤프고 소심한데다 팔랑귀다. 반면 제법 능력도 있고, 가볍지만 나름의 로열티를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양재승을 연기한 백현진은 딱 공감할만큼의 과장된 제스처와 시의적절한 표정연기, 때로는 허를 찌르는 애드리브를 구사하며 아부꾼 양재승을 생동감있게 구현해냈다. 배우의 캐릭터 연구가 감탄스럽다. 진구와 호흡을 맞추는 백현진의 티키타카는 드라마의 코믹라인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내고 있어 언제나 반갑다.

이 투명한 남자 양재승의 투명한 관심사 두 개. ‘미운 털’ 신차일을 과연 쫓아낼 수 있을까? 황세웅(정문성 분) 사장을 쫓아내고 보스 황대웅이 대권을 쥘 수 있을까? ‘감사합니다’ 양재승의 계속될 헛발질이 상상만으로도 미소짓게 만든다.

/zaitung@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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