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광고 ‘감수성 오작동’…창작도구 짓이기더니 이번엔 태국 비하

지난달 18일 공개된 애플의 광고 ‘아웃 오브 오피스’(Out Of Office) 중 일부. 인디아 투데이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타이(태국)를 배경으로 한 애플의 새 광고 영상이 ‘타이를 부정적으로 연출했다’는 비판을 받자 애플이 결국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사과했다.

3일(현지시각) 시엔엔(CNN), 방콕포스트 등 외신은 애플이 지난달 18일 공개한 광고 영상 ‘언더독스’ 시리즈의 다섯째 편 ‘아웃 오브 오피스(Out Of Office)’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타이로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된 직원들의 험난한 여행 과정을 담았는데, 각종 애플 기기를 통해 영상 속 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을 두고 현지 누리꾼들은 “타이에 대한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타이 방콕과 라용 지역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낙후된 공항, 좁고 더러운 호텔, 낡은 버스와 택시 등이 등장한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애플의 광고 ‘아웃 오브 오피스’(Out Of Office) 중 일부. 인디아 투데이 유튜브 갈무리

타이의 한 인플루언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려 “타이를 끔찍하게 보이게 한 이 영상은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멋지게 촬영한 애플 광고와 극명하게 대조된다”며 “애플이 이렇게 계속 타이를 무시한다면 달려가 삼성 폴더블 폰을 사겠다”고 비판했다. 이 영상에는 1만5000여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현지 누리꾼들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안 좋은 버스와 세피아 색감 등을 사용해 30~50년 전의 타이를 보여줬다”며 “의도적으로 타이를 제3세계 저개발국의 모습처럼 정형화했다”고 지적했다. 사뜨라시빤 타이 관광위원회 대변인은 “타이인들이 이 광고에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며 “타이인들이 애플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브랜드로 교체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애플은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사과했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타이의 문화와 낙관적인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지만, 광고가 타이의 오늘날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며 “악의는 없었으며, 영상은 더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5월 아이패드 새 제품 광고에서 창작도구들을 유압프레스로 짓누르는 방식으로 제품의 우수함을 알리려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사과 뒤 텔레비전 광고를 취소한 바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