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노 골드’ 이후 3년 만의 올림픽, 화려하고 완벽했던 체조 전설의 복귀

심진용 기자 2024. 8. 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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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도마에서 우승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살아있는 체조 전설’의 올림픽 복귀는 화려하고 장엄했다. 미국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27)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개인 3번째(단체전·개인종합), 올림픽 통산 7번째 금메달이다.

한국 여서정을 비롯해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경쟁했지만, 바일스의 실력은 그중에서도 차원이 달랐다. 1차 시기에서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을 성공시켜 15.700점을 받았다. 국내 중계진이 “이런 점수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바일스의 이름을 따 ‘바일스 2’로도 불리는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는 땅을 먼저 짚는 ‘유르첸코’ 자세로 도마를 짚고 올라가 두 다리는 쭉 펴고 엉덩이는 접은 ‘파이크’ 자세로 2회전을 하는 기술이다. 바일스가 2021년 US클래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다른 선수들은 엄두를 내기도 어려울 만큼 난이도와 위험성이 높다.

1차 시기에서 사실상 금메달을 결정 지은 바일스는 2차 시기 ‘쳉’ 기술로 14.900점을 받아 평균 15.300점으로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평균 14.966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한 브라질의 레베카 안드라드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바일스는 19세 나이로 처음 출전한 2016 리우 대회 4관왕으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2차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만 9개를 쓸어 담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런 바일스가 2020 도쿄올림픽 ‘노 골드’에 그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회 당시 바일스는 체조 선수들이 공중에서 공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적 장애(트위스티)에 시달렸고, 평균대를 제외한 전 종목 결선 기권을 했다. 평균대에서 바일스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바일스는 2018년 미국 체조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에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혔다.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정신적 고통이 컸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족과 떨어져 경기를 치러야 했던 도쿄 대회에서 그 부담이 한층 더 크게 작용했다. 바일스는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도쿄에서 겪었던 고통과 기권 이후 쏟아진 비난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20대 후반의 나이는 체조 선수로 치면 사실상 황혼기나 다름없다. 바일스의 이번 대회 금메달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때 31세로 2관왕에 오른 마리아 고로코프스카야(당시 소련) 이후 72년 만의 최고령 올림픽 체조 금메달 기록이다.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바일스가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고로코프스카야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미국 여자 올림픽 선수 최다 금메달, 최다 메달리스트 기록에도 도전할 만하다. 기존 기록은 파리 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추가한 여자 수영 대표 케이티 러데키(27)가 보유하고 있다. 러데키는 2012 런던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금메달 9개를 포함해 메달 14개(은 4·동 1)를 휩쓸었다. 바일스는 이번 도마 금메달까지 올림픽 금메달 7개에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모두 11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파리 대회 평균대와 마루운동을 남기고 있어 메달 추가도 유력하다.

같은 1997년생인 러데키는 미국 홈에서 열리는 2028 LA 올림픽 참가 의지가 강하다. 바일스는 아직 유보적이다.

바일스는 도마 우승 후 인터뷰에서 “확실히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신체 능력이 쇠퇴하는 만큼 더는 그런 기술을 펼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올림픽 참가도 이번이 마지막이냐는 말에는 “절대로 불가능이라고는 하지 말라. 다음 올림픽은 홈에서 열린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실한 건, 나도 정말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미국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차 시기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차 시기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차 시기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차 시기 ‘유르첸코 더블 파이크’ 기술 성공 후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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