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과 하이브, 어느 쪽이 뻔뻔한가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2024. 8.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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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져 가는 민희진 문자 논란의 현재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올봄에 시작된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분쟁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이들은 서로를 고소하며 대립이 더욱 격화됐다. 법적 대응을 먼저 시작한 건 하이브였다. 처음엔 민 대표가 수세에 몰리는 듯했으나, 희대의 격정토로 기자회견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여론이 단번에 역전됐다. 그후 민 대표는 주주총회를 열어 자신을 해임하려는 하이브에 대항해 하이브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고, 민 대표는 환한 얼굴로 2차 기자회견을 하면서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했다.

하이브는 응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차에 최근 디스패치가 민 대표의 메시지 내용을 폭로했다. 민 대표가 자신의 레이블 주도로 가기 위해 뉴진스의 데뷔를 지연시켰으며 무속인과 회사 탈취 모의 등을 했다는 것이다. "아… 회사를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싶더라고" "그래서 협상안이 1. 걸그룹 뺏어오기 2. 20배로 뻥 튀겨서 협상 받아내기" 등의 대화가 담겼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023년 5월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1호 걸그룹'으로 데뷔시켜준다 해놓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켰다며 분노에 차 항변한 바 있다. '하이브가 양아치처럼 약속을 어기고, 르세라핌 먼저 데뷔시켰다'는 식이다. 이번 폭로대로라면 그것이 완전히 거짓말이라는 얘기가 된다. 곧 민 대표의 정당성이 무너진다. 민 대표는 '뉴진스 빼내기'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으나 폭로된 내용엔 '걸그룹 뺏어오기' 같은 말이 있다. 또 민 대표는 돈 욕심이 없다고 했으나 폭로 내용엔 '20배' 같은 말이 있다. 민 대표 주장의 신뢰성은 더욱 흔들리게 됐다.

민 대표는 크게 반발했다. 메시지 내용이 '거짓 편집' 됐다며 해당 매체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하이브 경영진을 고소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거짓 편집하는 행태를 수없이 반복해 왔다며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하이브 경영진이 취득한 개인 대화 내용을 편집·왜곡했다고도 했다.

민 대표의 고소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민 대표가 고소를 안 해서 이상한 상황이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민 대표 측이 낸 입장은 명확한 해명이라기보다는 뉴진스와 뉴진스 팬들을 향한 호소문 내지 선동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곤 침묵했기 때문에 더 민 대표가 수세에 몰렸다. 격정토로 기자회견에서도 명확히 해명을 했다기보다 감정적 항변에 가까웠다. 뉴진스 팬들과 여성이나 젊은 누리꾼들을 향한 호소의 느낌이 강했다.

그렇게 강하게 항변한 직후 민 대표는 화해를 언급했다. 금방이라도 고소할 것 같았는데 고소가 아닌 화해를 언급한 것이 의아했다. 보통 고소를 해야 수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진실 확인을 원하는 쪽이 고소한다는 인식이 있다. 반대로 억울하다고 하면서도 고소를 안 하는 쪽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인상을 준다. 민 대표 주장대로면, 민 대표는 하이브로부터 너무나 비열한 가짜뉴스 공격을 당한 것인데 고소를 안 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직후에도 고소가 아닌 화해를 이야기했다. 민 대표는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혹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번에 마침내 민 대표가 하이브를 고소한 것이다. 하이브도 바로 맞고소에 나섰고, 르세라핌 소속사인 쏘스뮤직도 민 대표가 거짓말을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양측은 '거짓말' 주장…수사로 진실 가려야 

그동안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메시지 내용들에 대해 이제 비로소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처음부터 메시지 내용이 화제였다. 어도어 탈취 계획처럼 보이는 메시지에 민 대표가 '대박'이라고 답하는 내용 등에 따라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탈취' 또는 '뉴진스 탈취'를 기도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그건 단순한 사담이었다고 하면서 하이브가 메시지 짜깁기, 조작 등으로 자신을 모함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가처분 심판 당시 재판부는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그와 같은 민희진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알려졌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민 대표는 법적으로 이겼을지 몰라도 윤리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탈취 모색도 하고 배신도 했다는 게 아닌가. 재판부는 배신이지만 법적으론 배임죄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민 대표 주장대로 메시지들이 모두 짜깁기, 조작이었다면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했을까? 이러니 가처분 심판에서 민 대표가 이겼어도 그의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진 측면이 있다.

첫 번째 기자회견 때 자신의 부적절한 대화 메시지를 사담이라며 일축해 버리는 당당한 태도에서 그의 윤리의식에 의구심이 생겨났다. 두 번째 기자회견에선 재판부가 배신이라고 지적했는데도 환한 태도를 보여 더욱 윤리의식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돈 문제도 그렇다. 그는 하이브의 경영진 '개저씨'들로부터 엄청나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처럼 하소연했는데 나중에 나온 이야기는 하이브가 그에게 놀라운 거액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이브의 '개저씨' CEO도 그런 대우는 못 받을 것이다. 그 정도 대우를 받고도 탈취 모색을 한 게 맞다면 더욱 윤리의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렇게 민 대표를 향한 의심이 고조되던 터에 마침내 민 대표가 하이브 고소에 나선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면 수사를 통해 조속히 진실을 가려야 한다. 지금 양측이 서로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수사가 아니면 진실을 가리기 어려울 것이다. 메시지들이 정말 짜깁기 조작인지부터 당장 밝혀야 한다.

민 대표 말대로라면 하이브는 멀쩡히 일 잘하는 월급사장을 온갖 모함으로 나락에 빠뜨리려는 뻔뻔하고 악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 말대로라면 민 대표가 엄청난 특혜를 받고도 탈취 모의를 하고 거짓말로 모회사에 큰 해를 끼치는 뻔뻔 악랄한 행태를 보이는 셈이다. 분쟁 당사자들 중 어느 한쪽은 진실이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윤리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사태가 너무 길어지고 커졌다. 시급히 수사로 진실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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