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자식은 부모의 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닮게 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는 청소년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시작된 문제가 더 핵심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청소년 자체의 문제도 부모의 부적합한 대응 방식이 문제를 더 키우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부모들의 왜곡된 사고방식이나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작은 문제가 심각해져서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게 될 정도로 악화하기도 한다.
부모의 신념이 강할수록 자녀 자신들의 소망과 성향, 특성과 기호는 무시된다. 아주 많은 부모가 자녀를 통해서 자기들이 누리지 못한 좋은 인생을 대신 살아 보려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아이 자기의 삶이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인생을 살도록 강요받게 된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꿈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수준 높은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신념은 부모의 욕구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상황을 더욱더 쉽게 합리화한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
부모 자신들보다 자식이 더 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았지만, 온전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자식이 스스로 본인이 잘 될 방법을 찾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고, 간섭받는다는 반발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자식에게도 필요한 교훈이더라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교훈을 잘 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정확한 현실을 다 알려줄 수 없고,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예측도, 선택의 정답도 알려주지는 못한다. 알려준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자식의 해답이 아니라, 부모의 답일 뿐이다. 인생은 남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알아낸 것을 통해서 향상된다.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배우고 싶어하지 않으면, 억지로 알려줄 수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전략 대부분이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가 많다. 하지만 부모들은 기존의 양육방식을 바꾸지 못한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겠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을 싫어하도록 만들어진 우리의 두뇌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본인들이 클 때 그렇게 싫어했던 잔소리, 비교, 순위 매기기, 문제 찾아내기, 감정풀기, 미래에 대해 비관 또는 악담하기, 뻔한 겁주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여전히 부모들은 말보다 자기 행동이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는 사실, 그리고 부모 자신의 삶이 행동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게 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자녀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닮아간다.
부모 자신은 행복하지 않고, 인생은 고통이라고 믿으면서, 자식들만은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효과가 없다. 자기는 괴롭더라도 자식들만은 행복하게 키우고 싶은 많은 부모의 마음은 생각보다 자식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기대다. 그래서 실패한다. 부모 자신이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고생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그런 삶 안에서도 기쁨과 사랑을 누리는 삶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는 교훈은 자식은 물론 누구한테도 효과가 없다. 자식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려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이 정말 자식들에게 유익한지, 부모의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인지 냉철하게 자문해야 한다.
자식들을 위해 늘 바쁘고, 긴장하고, 애쓰고 있다고 말하기보다 자녀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더 오래 가지게는 좋은 때가 많다. 아이에게 뭔가를 주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존재하고 함께 웃고 노는 것이 서로에게 더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자녀에게 더 많은 것, 더 비싼 것을 사주고 행복해지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보다 부모 자신이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사하고, 감탄하고, 나누고, 누리고, 집중하고,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자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주현덕 대표=자기관리, 스트레스 대처, 행복의 심리 멘탈케어 전문가. 현재 하이브 등 대형 연예기획사 멘탈케어 고문을 맡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멘탈케어 고문도 역임했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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