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스 아니면 TV토론 안 해" vs 해리스 "예정대로 ABC 주최"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첫 TV토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 변경을 이유로 들며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주관하는 TV토론 일정을 새롭게 제시하자,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일축하며 바이든-트럼프 간 기존 합의대로 ABC 방송이 주최하는 토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시간 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9월 4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TV토론을 하기로 폭스뉴스와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하기 전에 합의한 'ABC 방송 주최 9월 10일 TV 토론'은 취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더 이상 후보가 아닌 데다, 자신이 ABC 방송과 소송 중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고 '취소'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폭스뉴스 주최 토론은 청중 없이 진행됐던 지난 6월 CNN TV토론과 달리 행사장이 청중들로 가득 찬 상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주관사 및 일정 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9월 4일 TV토론'은 폭스뉴스가 주관하는 타운홀 미팅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현지시간 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어떻게 '언제, 어느 곳이든'이 '특정 시간, 특정한 안전 장소'로 바뀔 수 있는지 재미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 관련 발표를 일축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기 전, '바이든 대통령과 언제, 어디서든 TV토론을 하겠다'는 기조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자신으로 사실상 교체된 뒤 일정과 주관사 등을 바꾸려 하는 데 대한 조롱이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 트럼프가 동의한 대로 9월 10일 ABC 주최 토론에 갈 것이고 그곳에서 그를 보길 희망한다며 바이든-트럼프 간 합의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해리스 캠프의 마이클 타일러 공보국장은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겁을 먹고 자신이 동의한 토론에서 발을 빼려 하는 동시에 자신을 구해 달라며 폭스뉴스에 달려가고 있다"며 "트럼프는 장난을 그만둬야 하며, 9월 10일에 하기로 이미 약속한 토론(ABC 주최)에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가 여부와 관계없이 9월 10일 시청자들 앞에 설 것이며, 그 이후 양 진영이 합의하는 추가 TV토론에 기꺼이 나설 용의가 있다고 타일러 국장은 밝혔습니다.

다만 ABC는 양자 간의 토론이 무산될 경우 해리스 부통령만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 등으로 형식을 전환할지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TV토론 관련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해리스 부통령과의 TV토론에 나서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3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해리스가 자신을 상대로 9월 4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릴 예정인 진짜 토론을 할 정신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9월 4일이 아니면 해리스를 아예 안 볼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미 대선판이 '트럼프 대 해리스' 구도로 재설정된 가운데 쌍방 모두 기선을 제압할 기회로 여기는 첫 TV토론을 놓고 신경전이 극심한 양상입니다.

시기 등을 둘러싼 이견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방송사를 '심판' 겸 경기 운영요원'으로 내세우려는 '샅바 잡기 싸움'의 성격이 짙어 보입니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