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야구' 불가능한 지경 이르렀다…'후반기 꼴찌' 두산, 446⅔이닝 후폭풍에 5강도 불안하다

김민경 기자 2024. 8. 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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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최준호가 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 3회 도중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버틸 불펜이 없었기 때문. ⓒ 두산 베어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의 독한 야구를 더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불펜 역대급 이닝 1위 페이스에 마운드 과부하가 제대로 걸렸다.

두산은 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15로 대패했다. 키움 선발투수는 리그 다승 1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두산 선발투수는 최준호였다. 최준호는 전반기 대체 선발투수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다 첫 풀타임에 따른 체력 저하로 잠시 주춤했지만, 후반기 들어 다시 5이닝 이상 책임지는 씩씩한 투구로 힘을 보태고 있었다.

최준호는 2회까지 헤이수스와 0-0 팽팽한 흐름을 이어 갔는데, 3회 불의의 부상으로 강판하는 바람에 2⅔이닝 2실점에 그쳤다. 3회초 키움 선두타자 김태진이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번트를 시도한 김재현의 타구가 포수 파울플라이에 그치면서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1사 1루에서 임병욱의 희생번트로 2사 2루가 된 가운데 이주형이 1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출루하는 상황이었다. 최준호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미끄러지면서 왼쪽 발목에 통증이 생겨 일어나지 못했고, 그사이 2루주자 김태진이 득점해 0-1이 됐다.

최준호는 응급조치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투구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와 권휘에게 공을 넘겼다. 갑자기 공을 이어받은 권휘는 이 위기를 틀어막지 못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돌아온 권휘는 이날 전까지 1군 2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권휘는 돌발 등판 상황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고, ⅓이닝 4실점에 그쳤다. 권휘 다음으로 등판한 김명신은 올해 구위 저하 문제로 한번씩 롱릴리프로 나서고 있는데, 2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5회까지 1-10으로 벌어지자 경기를 포기하는 마운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교훈(2이닝 3실점)-박치국(2이닝 2실점)이 이어 던지며 경기를 끝냈다. 두산은 5-15로 패했다. 공격에서 5회 이유찬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영패를 면했고, 7회 1점, 8회 3점을 더 뽑았으나 경기를 뒤집긴 역부족이었다.

두산은 전반기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동시에 부상과 부진으로 애를 먹이면서 시즌 내내 마운드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내 선발진도 곽빈을 제외하면 꾸준히 로테이션을 도는 선수가 없었다. 최원준, 최준호, 김유성, 김동주 등 그때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돌려가며 기용하며 버텼다. 이들이 흔들리면 조기 강판도 거침없이 했다. 선발이 5회 이전에 내려간 뒤 상대적으로 더 강한 필승조를 일찍부터 가동하는 '독한 야구'로 꽤 승수를 쌓은 것도 사실이다. 이병헌, 김택연, 최지강, 이영하, 홍건희, 김강률 등이 강행군을 버텼기에 한때 선두 다툼을 하기도 했다. 현재 5강 안에서 버티고 있는 원동력은 불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전반기에 이미 필승조가 힘을 거의 다 쏟아부은 것이다. 후반기 들어 하나둘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지강(45경기, 41⅓이닝)이 지난달 중순 가장 먼저 어깨 통증으로 이탈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이영하(43경기 45이닝)가 우측 어깨 극하근 미세손상으로 이탈했다. 이영하는 일주일 동안 투구를 쉬고 재검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 두산 베어스 최지강.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가운데 아직 캐치볼을 하지 못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이영하. 필승조로 멀티 이닝을 던지는 임무를 맡았는데 최근 어깨 근육 미세손상으로 이탈했다. ⓒ 두산 베어스

부상이 아닌 선수들도 이미 페이스가 꽤 떨어져 있다. 좌완 이병헌은 무려 57경기에 등판해 47⅓이닝을 던졌다. 여전히 필승조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으나 전반기 대비 힘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홍건희와 김강률은 기복이 있고, 그나마 김택연이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를 맡으면서 강제로 관리가 되는 상황이다. 올 시즌 불펜 446⅔이닝으로 압도적 리그 1위에 오른 후폭풍이 이미 몰려오고 있다. 선발은 516⅔이닝을 던졌다.

9회 김택연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도 험난하다. 후반기 들어서는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버텨도 간신히 김택연에게 바통을 넘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선발투수 조기 강판은 곧 패배로 직결된다. 선발투수 조기 강판 뒤 불펜으로 붙어 승수를 쌓았던 이승엽 감독의 독한 야구는 이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가장 중요할 때 총력전이 불가능하니 두산은 후반기 21경기 성적 8승13패 승률 0.381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전반기에 벌어둔 승수 덕분에 시즌 성적 54승52패2무로 4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2일 키움전처럼 김택연의 휴식일이 걸린 날에는 더더욱 불펜 운용이 난감하다. 두산은 4-4로 팽팽히 맞서면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는데, 선발 최원준(5이닝 4실점) 뒤에 최승용(2⅓이닝)을 길게 붙였는데도 홍건희(⅓이닝)-이병헌(1이닝)-김강률(1이닝 2실점)이 던지니 필승조가 바닥났다. 마지막에 이교훈(⅓이닝)을 붙여 끝내긴 했으나 이제는 필승조와 패전조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이 감독은 김택연 없는 불펜 운용과 관련해 "힘들다. 그저께(1일 광주 KIA전 1⅔이닝 투구) 무리를 해서 휴식을 줬는데, 당연히 어제는 (홍)건희, (김)강률이, (이)병헌이가 이기는 상황에 나가야 했다. 어제 좌타자가 많다 보니까 건희는 짧게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은 시즌 두산이 가능한 더 많은 승수를 쌓으려면 선발이 무조건 6이닝 이상 버티거나 타선이 터져야만 한다. 두산 불펜은 현재 한두 점차 싸움을 버틸 전력이 부족하다. 최지강과 이영하는 현재 공도 못 잡고 있어 언제 돌아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1군에 있는 불펜 투수들로 버텨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곽빈과 조던 발라조빅, 최원준이 그나마 이닝을 안정적으로 끌어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왼어깨 견갑하근 부상으로 이탈한 브랜든은 3일 불펜 투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브랜든이 돌아올 때까지는 대체 외국인 시라카와 케이쇼가 선발의 임무를 다 해줘야 한다. 최준호는 일단 발목에 아이싱 치료를 했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병원 검진을 하기로 했다. 다음 등판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러면 또 2군에서 선발투수를 수혈해야 한다. 이미 마운드에 과부하가 럴려 무너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두산이 5강 싸움이라도 이어 가기 위해서는 남은 36경기만큼은 선발투수들이 더 힘을 내서 버텨야 한다.

▲ 두산 베어스 좌완 이병헌은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불펜 투수다 ⓒ 두산 베어스
▲ 자신의 위기를 대신 막고 내려온 김택연을 안아주는 이병헌. 현재 두산 베어스는 마무리투수 김택연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다.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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