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ISA' 정부 추진하지만…업계는 시큰둥
복수 계좌 허용 시 시스템 구축까지 난항 예상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확대 개편 방안이 연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가 밝힌 바 있는 통합형 신설, 1인 복수 계좌 허용 방침에 대한 세부 대책이 담길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에서는 개편 효과와 제도 구현 가능성에 대해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ISA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TF는 통합형 ISA 신설, 1인 1계좌 제한 폐지 등 앞서 기재부가 밝혔던 ISA 개편 방향에 대한 세부 대책을 올해 안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ISA 개편과 관련해 "업권별로 나뉘어 있는 기능을 한곳에 합친 통합형을 만들거나 1인 1계좌 제한을 푸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SA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계좌로 투자 가능 상품과 투자 방식에 따라 중개형·신탁형·일임형으로 나뉜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중개형은 신탁형·일임형과 달리 국내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계좌다. 다만 은행과 달리 금융상품 중개 업무를 할 수 있는 증권사에서만 개설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이런 업권별 칸막이를 허물고, 모든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계좌를 염두에 두고 통합형 ISA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사, 증권사 등 각 금융사가 자신의 전문 금융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는 '전업주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권별로 나뉜 기능을 한데 모은 통합형 ISA를 만들려면 은행에 금융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해야 한다"며 "전업주의를 손보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업권별 통합이 아닌, 유형별 통합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에서 개설할 수 있는 중개형·신탁형과, 은행의 일임형·신탁형을 각각 합치는 방식 등이다.
다만 최근 중개형 ISA 계좌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유형별 통합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주식, 채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을 중심으로 ISA 인기가 커지고 있는데 굳이 신탁형을 통합할 이유가 없다"며 "은행에서 개설하는 ISA는 사실상 예금 계좌처럼 쓰이는데 중개 기능을 넣지 못한다면 통합형을 별도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ISA 가입자 수 추이를 보면 중개형은 올 상반기 59만 6522명 늘었지만, 신탁형과 일임형은 오히려 각각 5만 3458명, 3131명씩 줄었다.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통합형이 나오면 중개형 기능만 주로 쓰는 고객에게도 일임형·신탁형과 관련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 관점에서 편의성과 활용성을 본다면 통합형이 나오더라도 그냥 중개형을 소개하고 권할 것 같다"고 밝혔다.
1인 복수 계좌 허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현재 ISA는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이라 투자에 따른 이익이 나도 만기까지 출금할 수 없다. 1인 복수 계좌가 허용되면 필요한 자금 지출 시기에 따라 ISA 만기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어 투자자들이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대 400만원인 비과세 한도 계산 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여러 금융사에서 ISA를 개설하더라도 비과세 한도는 여러 계좌를 통합해서 계산해야 하는데 금융사 간 정보 공유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고객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생각보다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고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린다는 취지 아래 최선의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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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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