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문학·미술 작품 이용한 수능 문제, 온라인 게시 땐 사용료 내야"

김소연 2024. 8. 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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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소설 등을 이용해 출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문제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경우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면서 "공익상 필요한 경우 저작물에 관해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이 사건 평가 문제를 비롯한 기출문제를 피고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공중에 대한 학습자료의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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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4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어 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소설 등을 이용해 출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문제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경우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4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2005년부터 고입선발고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수능, 중등교사 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 모의평가 등 문제지에 미술 이미지나 시, 소설 등 저작물 155건을 전부 또는 일부 인용했고,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문제지를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협회는 문학·미술 작품의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물의 복사 및 전송권을 신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협회는 시험이 종료된 이후 기출 문제를 인터넷에 게시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약 1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재판에서 구 저작권법이 시험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공중 송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또한 교육 목적으로 공포된 저작물을 공중 송신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평가원 측은 수능 시험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은 교육 목적이며, 이는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저작물의 사회적·교육적인 의미를 고려해 시험이나 교육 목적의 인용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평가원의 시험문제 온라인 공개가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각종 시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평가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평가원의 게시 행위가 공익적인 목적 외에 영리적 목적이나 그 밖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2심에서는 평가원이 협회에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평가원이 시험이 종료된 후 협회 측과 저작권 이용과 관련해 협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허락 없이 인터넷에 게시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

2심 재판부는 "시험 문제에 저작물을 자유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응시자의 학습 능력과 지식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한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 한정된다"며 "평가원의 게시 행위는 출제와 성적 제공까지 완료된 후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해당 시험 응시자 외의 불특정 다수에게 시험에 이용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전송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공익상 필요한 경우 저작물에 관해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이 사건 평가 문제를 비롯한 기출문제를 피고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공중에 대한 학습자료의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가 문제를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다는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가원의 게시 행위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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