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위기'…서방 여행 금지령에 美 함정·전투기 추가 배치(종합)

김예슬 기자 강민경 기자 2024. 8.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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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날짜로 유대교 명절 12~13일 언급
하니예 암살 방법 두고 발사체vs건물 내 폭탄
이란 시민들이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장례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2024.08.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親)이란 세력 간 갈등으로 중동 지역 역내 긴장감이 고조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날짜로 유대교 명절인 12~13일이 점쳐지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레바논에서 자국민을 대피시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전날 중동 지역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응하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지상 기반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중동에 추가 배치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미군의 방어를 개선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지원 강화를 위해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의 태세를 조정하라고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탄도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중동과 유럽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승인하고, 중동에 1개 비행대대 규모의 전투기 또한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또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 타격 전단을 이곳에서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단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전단의 임무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했다.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모든 항공편을 이용해 레바논을 떠나라"고 밝혔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역내 확전을 우려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도 "지역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다"며 레바논에 있는 국민들에게 출국을 요구했고, 캐나다도 레바논 여행을 금지한 기존 권고에 더해 이스라엘 여행을 자제하라고 국민들에게 경고했다.

핀란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여행 금지를 권고했으며, 스웨덴 역시 레바논에 있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레바논을 떠나 키프로스로 가라고 지시한 뒤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 공방이 격화한 데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영토 내에서 암살당하며 역내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 대원과 추모객들이 1일(현지시간) 레바본 베이루트에서 열린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2024.08.01.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이란에서는 하니예의 암살 방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하니예는 지난달 31일 이란에서 머물던 숙소에서 폭발이 발생하며 사망했다. 이 숙소는 IRGC가 운영하고 보호하는 곳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의 고급 주택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하니예의 사망 직후 이란 보안 요원들은 이 숙소를 급습했고, 숙소 내 직원 전원을 격리한 뒤 개인 전화기를 포함한 모든 전자 기기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위 장교, 군 관계자, 숙소 직원 등 20여 명도 체포됐다.

폭발 원인을 두고는 IRGC 발표와 외신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앞서 NYT는 2명의 이란 관리와 5명의 중동 관리, 미국 관리 1명을 인용해 하니예가 그가 머물던 귀빈용 숙소에 밀반입된 폭발물로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악시오스 등 외신들도 하니예가 미리 설치된 폭발물에 암살당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 폭발물이 하니예가 있던 방 안에 약 2개월 전부터 숨겨져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당국은 하니예의 암살에 사용된 무기는 단거리 발사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IRGC는 "숙소 외부에서 약 7㎏의 탄두를 장착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수행됐다"고 밝혔다. 이란이 하니예 암살 방법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사흘 만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IRGC 요원들을 고용해 건물 내 방 3곳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 장례식이 있던 지난 5월 하니예를 겨냥해 폭발물을 터뜨릴 계획이었으나, 건물에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이 계획은 무산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이 발사되며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23.10.0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하니예의 장례 절차도 마무리되며, 이란이 조만간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력한 보복 날짜로는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인 오는 12~13일이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의 합작 매체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는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 이란이 헤즈볼라의 도움을 받아 티샤 베아브 기간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티샤 베아브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신바빌로니아 제국에 파괴된 사건을 애도하는 명절로 올해는 8월 12일부터 13일까지다.

유대교 명절을 노린 공격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해 10월 7일도 유대교 명절인 초막절이 끝난 직후의 안식일이었으며,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또한 유대교 명절인 욤키푸르 기간에 발발했다.

이란 측에서는 유대교 명절을 겨냥한 공격으로 이스라엘인들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되살리고 파괴적인 기억을 재연하는 상징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극보수 성향의 케이한 일간지는 보복 작전이 "더 다양하고 분산돼 요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사설을 통해 "이번에는 텔아비브와 하이파 등 지역과 전략 센터, 특히 최근 범죄에 연루된 일부 관리들의 거주지가 표적이 될 것"이라 전했다.

이란에서는 하니예 사망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은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함으로써 스스로 가혹한 처벌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이란 영토에서 살해된 하니예의 복수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이슬람공화국은 영토, 존엄성, 명예를 수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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