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정신이 번쩍" 중국판 실리콘밸리서 놀란 오세훈, 왜?

베이징(중국)=김지현 기자 2024. 8.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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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에서 로봇산업 발전전략 공유
지난달 31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 창업거리 전경/사진=김지현 기자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중관촌.' 일명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곳에선 바이두와 샤오미, 레노버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굵직한 기업들이 탄생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현지시간) 현지에서 만난 중관촌 창업거리 관계자는 "하이뎬구는 베이징의 명문 대학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며 "이 대학들을 중심으로 창업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현재 5000여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고, 세계 유명 500개 기업이 우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칭화대 R&D 투자 규모 하버드 수준"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달 31일 오후 중관촌 홍보전시관을 찾아 입주기업 개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실제로 베이징 중관촌은 2014년 6월 중국 정부의 주도로 조성된 혁신 창업 인큐베이터 거리로, 베이징이 글로벌 창업생태계 8위로 성장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거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은 한 단계 낮은 9위에 올랐다. 중관촌 건축면적은 총 1만3612평(4만5000㎡)이며, 약 3000여개의 인큐베이터와 기술개발, 투자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베이징 내 외국인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필요한 거주증과 업무허가증을 받기 위한 지원도 적극 제공하고 있다.

중관촌의 대표적인 창업 지원센터로는 '베이징대 창업훈련영'이 꼽힌다. 베이징대의 우수한 연구, 인적자원을 활용해 창업자에게 실전과 업종이론을 결합한 교육부터 멘토링을 지원하는 곳이다. 베이징대 창업훈련영 관계자는 "현재 멘토만 570명이 있고, 과목은 500개가 넘는다"며 "멘토 중 400여명은 기업가, 100여명은 베이징대 교수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입주자들은 △강의실 △청년교류공간 △실험실 등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창업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대학이 중심인 베이징과 달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축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형 창업기업 육성기관인 KIC 중국(글로벌혁신센터)의 김종문 센터장은 "중국은 몇몇 대학에 대해 R&D(연구개발) 투자금을 상당히 많이 주고 있다"며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집중되는 규모가 사실은 한국의 주요 10개 대학보다 많아져서 미국의 하버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날 중관촌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난다"며 "(현장에 있는 KIC 중국센터의) 안타까운 마음도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의 혁신·창업기업의 베이징 진출 등에 관한 의견도 나눴다. 김 센터장은 "중국엔 637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며 "서울에도 많이 생기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어떤 산업과 기업이 어떻게 변하는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호작용 가능한 휴머노이드 기술도..서울시 "로봇산업 강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를 방문해 텐궁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같은 날 오전 오 시장은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도 찾아 세계 '톱3' 안에 든다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둘러봤다. 중국의 로봇산업 매출액은 약 32조원 규모이고, 산업용 로봇은 2017년부터 연평균 13%라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서비스용 로봇 생산량은 783만대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혁신센터에선 지난 4월 공개한 전기구동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의 시연이 진행됐다. 키 163㎝, 몸무게 43㎏으로 시속 6㎞의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톈궁은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시키면서 로봇의 관절을 움직여 정밀한 위치 제어가 가능한데다 섬세한 작업에 유리하단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엔 물건을 분류하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웨이자싱 혁신센터 브랜드 공보책임자는 "사람 말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예정"이라며 "지금은 사과를 집어 옮기는 정도지만 나중엔 사용자가 목마르다고 하면 의미를 파악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오고, 뚜껑까지 열어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31일 오전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에서 관계자가 톈궁의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혁신센터에선 올해 말 공장에서 톈궁을 시범 운영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리춘즈 혁신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단 한 대로 실험을 해보고, 이후 생산되는 로봇에 프로그램을 적용할 것"이라며 "물건을 분류하고, 상하차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양국 로봇산업 발전전략과 현재 조성 중인 수서로봇 클러스터 내 첨단기업 유치 방안 등을 공유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7월 '서울시 로봇산업 육성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로봇 기술개발과 실증 지원, 로봇인공지능과학관 개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중국)=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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