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시스템 키워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0점 만점’ 전훈영 주목받는 이유

손재철 기자 2024. 8. 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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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양궁실력이 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전훈영(30)은 서른이 넘어서야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뤘고, 경기 내내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을 챙기는 맏언니 다운 모습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3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남수현(왼쪽 첫째), 전훈영(오른쪽 둘째), 임시현(오른쪽 첫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챙긴 ‘맏언니’ 전훈영
- 전훈영의 ‘스토리’와 ‘노력’ 잘 알아, 후배들 이끈 공로에 격려


이 같은 전훈영 선수의 노고와 올림픽에 대한 진심인 노력, ‘마음 씀씀이’를 미리 알고 있었던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은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 후배들을 이끈 공로에 격려하며 개인전 경기 이후 감사의 뜻을 전 선수에게 전달했다. ‘전훈영의 지난 스토리’와 ‘뼈를 깎는 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튀르키예의 엘리프 고키르와의 8강에서 승리한 대표팀 맏언니인 전훈영 선수가 인사하고 있다


전 선수는 앞서 4년 전 도쿄가 첫 올림픽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올림픽이 별안간 1년 뒤로 밀렸다. 그리고 실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 선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3년간 절치부심하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올해 4월, 국가대표 선수단에 승선하며 비로소 ‘올림픽 경기에 출전’했다.

막상 대표팀에 선발되니 같이 뽑힌 2003년생 임시현, 2005년생 남수현과는 10살 안팎 터울이 나는 언니였다. 이들 역시 ‘올림픽 첫 출전’은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전 선수의 선발 과정 및 훈련 등을 살펴온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 등에 따르면 전 선수는 팀 내 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고 동생들을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3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양창훈(왼쪽) 감독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에 도착해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였다. 숙소가 ‘2인 1실’로 돼 있어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만 했다.

한국식 ‘방장’ 문화와 비춰보면 맏언니가 막내와 같은 방을 써야 하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전훈영이 먼저 손을 들고 ‘내가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첫 올림픽인 후배들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3일(현지시간)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 후 남수현(왼쪽), 전훈영(가운데), 임시현(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에서도 전훈영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고 활을 빠르게 쏘기 때문에 단체전 1번 주자로 나섰다.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는데, 선수 3명이 120초 안에 각 2발씩 총 6발을 쏴야 한다. 첫 주자가 활을 빨리 쏘면 두번째, 세번째 선수는 그만큼 마음에 안정은 물론 ‘시간적 여유’를 갖을 수 있게 된다.

노력과 훈련이 가져온 10점, 10점, 10점, 10점, 10점!
-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5차례나 ‘10’점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5차례나 ‘10’점을 쐈다. 특히 연장 승부 결정전(슛오프)에서도 ‘10’점을 쏘면서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이후 10년간 국제 무대와 인연이 없던 전훈영이 성인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개인전에서도 전훈영은 4강에서 금메달리스트 임시현과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접전(4-6)을 벌이기도 했다.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전 선수의 성격은 예민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털털한 편이라고 한다. 단체전 때에는 가끔씩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개인전이 열린 앞서 3일 낮에도 전 선수는 임시현 선수에게 장난을 걸며 앵발리드 경기장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경기 결과에 따라 4강전에서 맞붙을 수 있는 상대였지만, 대표팀 동료이자 맏언니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전 선수의 활약과 여자 양궁 대표팀 실력으로 단체전 10연패뿐 아니라 혼성전, 개인전까지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3명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라 큰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라는 시선을 여봐란 듯이 딛고 이뤄낸 값진 성과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3일(현지시간)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 후 현대차그룹 김걸 사장(오른쪽 둘째)과 양궁 국가대표 남수현·전훈영·임시현, 양창훈(오른쪽 첫째) 감독, 김문정(왼쪽 첫째) 코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3일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인 정의선 회장이 전훈영 선수를 찾아와 격려했다.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양궁 혼성전 시상식에서 김우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이에 대해 전훈영은 앞서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부담이 컸는데 목표를 이뤄냈다. 팀으로 보면 너무 좋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았고, 열심히 했다. 후회 없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1985년부터 40년간 양궁 지원, 고도화 훈련 시스템 자체 개발까지
- 글로벌 완성차 업계 통틀어 유래가 없는 지원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민국 양궁을 지원해왔다. 단순한 경제적, 운영적 자금 투자가 아닌 대한민국 ‘양궁을 전 세계 최고 자리’로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지속해왔다.

그룹이 40년 동안 양궁에 지원한 투자금액은 500억원 이상에 이른다. 여기에 3D 입체 시스템으로 고도의 첨단 양궁훈련 프로세스까지 개발하는 등 복합적인 투자와 실질적인 ‘선수 지원’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일(현지시간) 양궁 혼성전 시상식 직후 금메달리스트인 임시현(사진 가운데), 김우진(오른쪽)을 격려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차체 바디 개발 시 필요한 ‘공기역학 플로우’ 설계 방식을 더해 한국체형에 맞는 ‘활’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활을 쏠 때 필드 곳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 그에 맞는 방향타 설정, 활의 X,Y,Z축 무게 중심 등을 인체공학적으로 잡아줄 수 있는 활 그립이나 훈련 시스템도 현대차가 ‘직접’ 개발했다. 이는 전 세계 글로벌 완성차를 통틀어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개인훈련용 슈팅로봇


선수의 손에 최적화된 그립. 현대차가 개발한 양궁 활 시스템 고도화 중 하나의 사례다.


이 역시 정의선 회장이 챙긴 부분이다. 자동차 바디를 설계할 때 차량의 전후면, 측면 등에 대한 공기저항계측값 즉, CD측정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 들어간 기술력이 한국형 활개발에 녹여진 것이다. 이 외 심박수 측정장비도 개발해 이를 훈련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가 선수들의 심박수 측정을 통해 훈련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 안정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수 십년 동안 대한민국 남녀 양궁 선수들과 호흡을 이어온게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대표 선수들의 ‘생일’까지도 정 회장이 챙길 정도이기도 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한식 특별식사까지 주문하는 등 대표팀이 ‘자신이 수년 동안 노력해온 실력과 전문성’을 경기장에서 펼칠 수 있도록 프랑스 현지에서 지원했고, 그 결과가 이번 경기에서 금메달로 이어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고정밀 슈팅머신.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로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데 이에 대응한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해 개발된 훈련 장비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양궁협회장으로 정의선 회장은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대중화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디.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데 40년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글로벌 완성차 최상위 그룹들 중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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