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도 지켜봤다, 105구 에이스 역투…“선배도 못한 우승, 우리가 해냈다”

최민우 기자 2024. 8.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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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공업고 투수 박상현이 우승을 이끌었다. ⓒ포항, 최민우 기자

[스포티비뉴스=포항, 최민우 기자] “김광현 선배도 못했다. 우리가 우승해보자.”

안산공업고는 3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제5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충암고를 5-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24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 정상에 섰다. 이날 ‘에이스’ 박상현(19)의 호투가 빛이 났다. 선발로 등판했다가 1루수로 자리를 잠시 이동했던 박상현은 위기 상황 때 다시 마운드에 올라 팀을 구해내는 등 맹활약했다. 박상현은 6⅓이닝 5피안타 4사사구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내내 핀포인트 제구력을 뽐낸 박상현. 5회까지 탈삼진 7개를 솎아내며 충암고 타자들을 막아냈다. 2회초 2사 만루 위기 때 보크를 범해 점수를 내주기도 했지만, 박상현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초 1점을 더 내줬으나 타선의 득점 지원 속에 5-2 리드를 지켜내고 이성민에게 공을 넘겼다. 1학년 때까지 내야수였던 박상현은 미트를 끼고 1루수로 투입됐다.

이성민이 2이닝을 잘 막아냈지만, 8회 급격하게 흔들렸다. 충암고 김현우에게 2루타, 이신혁과 이국일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자 안산공업고 송원국 감독은 박상현을 다시 등판시켰다. 1루에서 어깨가 식지 않도록 계속 몸을 풀고 있었던 박상현. 김상원을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높였다. 이어 김민준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병살로 이어질 수 있는 코스였으나 권오주의 실책이 나와 이닝을 마치지 못했다. 충암고에 1점을 내준 안산공업고는 상대의 도루 작전에 말려 또 1점을 헌납했다. 그러나 박상현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이선우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이미 100구를 던졌지만, 박상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한계 투구 수 105개까지 모두 던지겠다는 각오를 보인 박상현은 첫 타자 성세람과 승부 때 공 세 개를 더 던졌고,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허윤에게 연속해서 스트라이크를 2개를 꽂아 넣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워낙 많은 공을 던진 데다, 36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지칠 수 있었지만 박상현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안산공업고는 1학년 에이스 박준희를 올렸으나,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연속해서 볼 네 개를 던져 허윤에게 출루를 헌납했다. 그러자 송원국 감독은 곧바로 전석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2학년 우완 전석영이 등판한 안산공업고는 허윤의 도루를 저지하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충암고도 쉽게 안산공업고의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장민제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안산공업고는 김현우를 자동고의4구로 거르는 선택을 했고, 전석영이 이신혁을 삼진처리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산공업고 선수들이 대통령배 대회를 우승한 후 기념촬영 중이다. ⓒ포항, 최민우 기자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승부였다. 그렇게 안상공업고는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를 마친 후 박상현은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왔다. 그리고 우승까지 이뤄냈다.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너무 좋다”며 “내심 마무리까지 내가 하고 싶었다. 그래도 역전을 내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공을 넘겨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 뒤에 나온 동생들이 제 역할을 다 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남겼다.

안산공업고의 창단 첫 우승의 역사를 쓴 박상현이다. 김광현(SSG 랜더스)과 홍창기(LG 트윈스), 정철원(두산 베어스) 등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지만, 안산공업고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김광현이 에이스로 활약했던 시절에도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고교 무대에서 최고 투수로 활약했던 김광현도 정상에는 서지 못했는데, 후배들이 대업을 이뤄냈다.

▲안산공업고 투수 박상현 ⓒ포항, 최민우 기자

박상현은 “우리끼리도 ‘김광현 선배도 못한 우승 해보자’는 말을 자주했다. 어제 훈련을 할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실제로 우리가 이뤄냈다”며 뿌듯해 했다. 이날 김광현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TV 중계 화면을 통해 후배들의 우승을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박상현은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대통령배 최고의 선수가 됐다. 박상현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많이 걱정하셨다. 부모님도 그랬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일만 집중했고, 걱정하지 않았다. 송원국 감독님도 많이 믿어주셨다. 나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우승을 차지한 안산공업고는 시상식에서도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박상현(투수)은 최우수선수상과 우수투수상을 차지했다. 김도영(투수)은 수훈상, 이병준(외야수)은 최다타점상, 박규민( 외야수)은 최다 득점상, 송원국 감독은 감독상을, 이상현 부장은 지도상, 이공열 교장은 공로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박건우(충암고 투수)는 감투상, 장민제(충암고 외야수)는 최다 안타상과 최다 타점상, 허윤(충암고 내야수)은 최다 도루상, 최다 홈런상은 황의 광(순천효천고BC 포수)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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