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전문의도 나가는데,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고민깊은 수련병원들

강민성 2024. 8. 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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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련병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병원들은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실현하긴 어렵다며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지방 수련병원들은 '사직 보류' 상태로 남겨놓은 미응답 전공의들의 전공의를 최대한 기다려본다는 분위기다.

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모집을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수련 지원율은 1%대에 그쳤다. 정부는 8월 중 추가 모집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올해 안에 수련병원으로 들어오는 전공의는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련병원장들은 정부가 구상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당장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운영 방안을 고심중이다.

지방 수련병원장 A씨는 "지금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며 "당장 급하게 필요한 상급종합병원 당직 근무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금 입원전담전문의들도 당직을 안 서고 낮에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수억대 연봉을 주고 채용해야 하는데, 당직을 세우려면 몇 배를 줘야 할 것"이라며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서울 수련병원장 B씨도 "지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있던 전문의들이 빠져나가는 추세인데 어디서 누구를 뽑아오나"라고 되물으며 "개원가에서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고, '빅5' 병원 일부에서나 지방 전문의들을 좀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수련병원 교수 C씨도 "전공의 공백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병동 당직의 중 일부가 나가 어떻게 채용할지 문제가 생겼다"고 인력난을 전하며 "교수들이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당직의가 계속 안 구해지면 어떻게 할지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병원들은 대안으로 진료지원(PA)·전담간호사 업무 확대와 사직 전공의 채용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방 수련병원장 D씨는 "현재 일부 병원에서 당직으로 들어가는 PA 간호사들이 있다고 들었고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결국 지금 당장 전공의 없이 뭘 하겠다고 하는 건 'PA를 대폭 늘려 (의사 업무하는 것을) 합법화시켜주겠다'는 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A씨는 "사직 전공의들을 계약직 일반의로 채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정서상으로도 맞고 병원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D씨도 "사직 전공의 중 일부가 '다른 데서 일하느니 수련했던 병원과 계약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준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A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완전히 대신할 수도 없을뿐더러, 업무의 근거가 되는 간호법안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고 정부가 진행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또한 일부 병원에 한정돼 있어 이들의 활용은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사직 전공의 채용 또한 이를 원하는 전공의들이 소수인 점을 고려할 때 병원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방안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D씨는 "처음에 계약 의사를 밝혔던 전공의들도 결국 안 왔다. 병원이 잘 돌아가도록 협조하면 사직한 목적과 어긋나는데, 대다수는 들어와서 일하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수련병원들은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버티며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하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특히 '빅5'등을 제외한 다수의 수도권 수련병원과 대부분의 지역 수련병원들은 미응답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보류한 상태다.

서울의 수련병원장 B씨는 "정부가 8월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발표하고 지원한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지원을 받아도 전문의 채용은 힘들 것 같고, 명줄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겠나. 지금 목표는 가장 먼저 망하는 대학병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 수련병원 교수 C씨는 "우리 병원에서는 사직 처리 확인 요청에 미응답한 전공의들 모두를 사직 보류한 상태고, 이들에 대한 결원 모집도 하지 않고 있다"며 "스승된 도리로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이를 개선하는 게 맞다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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