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메달 5개…유도, 金 없지만 '희망'과 '감동' 안겼다[올림픽]
단체전에선 베테랑 안바울 투혼으로 극적 동메달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유도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4년 만의 메달 5개(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비록 '금빛 메치기'는 없었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으로 희망을 확인했고, 단체전에서 따낸 투혼의 동메달로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여자 57㎏급 허미미(22·경북체육회)와 남자 100㎏ 초과급 김민종(24·양평군청)이 은메달, 여자 78㎏급 김하윤(24·안산시청)과 남자 81㎏급 이준환(22·용인대)이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
이어 유도 일정 마지막 날인 4일(한국시간) 혼성 단체전에서 극적으로 동메달을 추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로 총 5개의 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목표로 했던 12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은 따내지는 못했지만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무려 24년 만에 5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우선 세대교체를 통해 대표팀 주축으로 자리 잡은 젊은 선수들이 저마다 경쟁력을 입증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달라"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이 아닌 한국 국가대표를 택했던 허미미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앞세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스토리에 다부진 실력까지 갖추면서 한국 유도를 밝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하윤은 한국 여자 유도가 가장 약했던 '최중량급'에서 값진 메달을 획득,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선영의 동메달 이후 멈췄던 '메달 시계'를 24년 만에 다시 돌아가게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동메달까지 딴 김하윤은 앞으로 한국 유도를 이끌어갈 주역이 됐다.
빠른 공격을 앞세워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준환도 국제 유도계에 이름을 알린 지 불과 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쟁취, 한 단계 올라섰다. 그는 별명답게 57초 만에 한판승을 챙기는 등 올림픽에서도 그 장기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첫 올림픽은 아니지만 이전까지 '미완의 대기'였던 김민종도 이제는 세계 정상과 경쟁할 만큼 실력이 올라왔다. 이 체급 최강자 테디 리네르(프랑스)를 넘지 못해 금메달은 따지는 못했지만, 은퇴를 앞둔 리네르가 물러나면 1인자를 꿰찰 강력한 후보다.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건 이들은 모두 세대교체의 주역인 2000년대 이후 출생으로, 장래가 더욱 촉망된다.
올림픽에서의 첫 메달을 거머쥔 이들 4명은 한 목소리로 "이제 올림픽에서 어떻게 해야 메달을 딸 수 있는지를 더 잘 알게 됐다. LA 올림픽에서는 못다 한 금메달을 꼭 따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포부도 전했다.
아울러 혼성 단체전에선 드라마와도 같은 승부 끝 값진 승리를 일궈 국민들에게 큰 감동도 줬다.
주인공은 이날 출전 선수 중 '맏형'인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었다. 그는 체력 고갈과 마지막 승부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과감한 플레이로 승리를 이끌었다.
혼성 단체전은 체급별 6명의 선수가 나와 먼저 4승을 거두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이 종목의 가장 낮은 남자 체급은 73㎏ 이하급이지만, 한국은 해당 체급에 선수가 없어 66㎏ 이하급인 안바울이 출전했다.
이미 체급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던 안바울은 패자부활전서 12분 37초, 동메달 결정전서 9분 38초의 긴 승부를 펼치느라 체력까지 바닥나 있었다.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서 한국은 6번째 선수까지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양 팀은 연장전을 치를 체급을 추첨을 통해 정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추첨 결과는 남자 73㎏급, 안바울이었다.
패자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을 합쳐 약 22분을 치르느라 가장 지쳐있던 안바울은, 직전 경기가 35초 만에 끝나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매트 위로 올라섰다.
확률적으로 한국이 가장 불리할 수밖에 없는 선수가 마지막 키를 거머쥔 셈이었다.
하지만 안바울은 불굴의 투지를 발휘했다. 시작도 전부터 거친 숨을 내쉴 만큼 체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몇 차례 고비 속에서도 끝까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후 정신력으로 버티며 상대의 지도 3개를 이끌어내 승리, 한국에 극적 메달을 안겼다.
개인전 조기 탈락으로 놓치는 듯했던 자신의 3회 연속 메달(2016 리우 은메달, 2020 도쿄 동메달) 기록도 극적으로 완성됐다.
이전까지 힘든 내색조차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던 안바울은 울먹이며 지켜봤던 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온 뒤에야 비로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임을 예고했던 안바울과 그를 떠나 보내야 했던 한국 유도 모두 이보다 아름다운 엔딩은 없었다.
맏형이 마지막 순간 체급과 체력의 불리함을 모두 극복하고 메달을 선물하는 이 드라마같은 스토리는,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줬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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