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이야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 두고 “현안 질의 없어 아쉬워”

채민석 기자 2024. 8.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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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둘러싼 각종 의혹 두고 여야 공방
'수사외압' 이슈로 증인 공방도 이어져
"정치권, 경찰에 관심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경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목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가족 특혜, 수사외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조 후보자에 대해 현안과 관련한 질의도 있었지만, 일부 의원들에게서만 나왔을 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한 조 후보자의 생각과 의견을 정치권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다.

우선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장남의 의경 복무, 차남의 편법 증여 등 자녀와 관련한 의혹과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 야당 측은 조 후보자가 강원경찰청 생활안전과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12월 당시 조 후보자의 장남이 같은 경찰청 소속 기동1중대 의경으로 복무한 사실을 꼬집으며 ‘아빠 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당시 조 후보자는 의경 담당 과장이었고, 장남의 군복무 기간 직전까지 강원경찰청에서 근무를 했다”며 “조 후보자는 장남이 복무한 1기동 1중대는 선봉중대로 출동이 많고 험하기로 유명하다고 해명했는데, 장남은 행정, 운전, 취사를 담당하는 본부소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아이가 의경에 갔는지 몰랐다. 아들이 시험을 볼 때 내가 과장이 아니었다”며 “(강원경찰청에 배치된 것도) 장남이 사격을 잘 못해서 경기도에 지원했는데 탈락해 넘어간 것”이라며 반박했다.

차남이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차남에게 돈을 2% 저리로 빌려주고 대신 오피스텔 계약을 맺는 등 대출을 가장한 우회 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조 후보자는 “코로나19로 (미국에 거주하는) 차남이 귀국을 하지 못해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지 못해 배우자가 대출을 받아 빌려줬다”며 “매월 이자 25만 원씩이 배우자의 통장으로 이체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내와 관련해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2014년 10월 21일 서울 송파구 가락로 소재의 한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으며, 조 후보자의 배우자는 같은 달 21일에 남양주시 도농로 소재의 아파트에 주소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는 “남양주에서 전세를 살다 송파구에 집을 사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남양주 아파트의 전세가 빠지지 않았다”라며 “(전세금이) 2억6000만 원 정도 됐는데, 배우자 명의로 계약이 돼 있어서 할 수 없이 전세금을 받을 때까지 위장전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청문회의 시선은 ‘수사외압’으로 넘어갔다. 이날 청문회의 증인으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인물들이 다수 출석했다.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은 “세관 마약 수사와 관련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세관 직원들이 마약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건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해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조병노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으로부터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압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백 경정은 세관 공무원이 마약 반입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오던 때였다. 반면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수사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조 경무관을 감찰한 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겼지만, 불문에 그쳤다. 반면 백 경정은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 조치됐다. ‘공보규칙 위반’ 등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의혹을 둘러싸고 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라며 조 청장에 대해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의도적인 흠집내기”라며 반발했다. 각종 의혹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진 탓에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는 다음 날 오전 12시가 다 돼서야 끝날 수 있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감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내부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조 청장에 대한 청문회를 “정치권이 얼마나 경찰에 관심이 없는 지를 보여준 청문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연히 후보자에게 관련한 의혹이나 정치권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지만, 현안과 관련한 질문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라며 “경찰청장 청문회라면 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현재 경찰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 등을 묻는 질문이 더 나왔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과, 최근 일선 경찰관들의 잇단 사망사고의 배경에 서울경찰청의 과도한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지적을 제외하고는 조 청장에게 현안을 묻는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성 제고, 악성사기 마약 도박 등 민생 침해 범죄와 관련한 대응 방안, 경찰의 수사 지휘와 관리 감독 체계 개선, 일관성 있는 법 집행 등을 약속했지만, 이에 관심을 보이는 의원들은 여당 의원 일부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청문회를 지켜본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조 청장의 청문회에서 현안과 정책, 방향성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라며 “민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수사기관이 경찰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경찰의 향후 행보와 경찰이 추진하는 정책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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