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납치해 만든 반도체라고?”…세상서 가장 빠른 그래픽용D램 만든 SK하이닉스 [위클리반도체]
[성승훈 기자의 위클리반도체 - 8월 첫째주]
그래픽용 D램(GDDR·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을 놓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신(新) 삼국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며 GDDR7을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죠.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GDDR 시장까지 석권하려는 SK하이닉스의 야심과 경쟁사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8월부터는 성승훈 기자가 ‘반도체 투자 성공’ 신화를 함께 써 내려가겠습니다.
HBM보다 느리지만 전력 소모량은 훨씬 적은데다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HBM과 비교하면 ‘가성비’ 가 좋다고 할 수도 있겠죠. 빅테크 기업들이 GDDR을 찾아 나선 까닭입니다. GDDR도 HBM과 마찬가지로 세대별로 GDDR3→GDDR5→GDDR5X→GDDR6→GDDR7 순으로 진화해왔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GDDR7 양산을 놓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GDDR7 표준을 발표하면서 불이 붙은 모양새입니다. 표준상으로 GDDR7 최대 속도는 48Gbps로 이전 세대보다 2배 빠릅니다.
이쯤에서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검증 단계에 접어들며 GDDR6보다 20~30% 프리미엄이 붙은 GDDR7 생산량이 늘고 있다”며 “3분기에 출하되면 메모리 평균판매단가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는 40Gpb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GDDR7을 공개했었죠. 다만 SK하이닉스는 “동작 속도는 32Gbps이며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라는 단서를 붙여두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보다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GDDR7을 공개한 것은 분명합니다. 당연히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속도 경쟁에 나서면서 스펙을 끌어올리겠지만, 현재까진 SK하이닉스 GDDR7이 가장 빠릅니다.
그래픽 메모리 시장에서 강자(强者)로 꼽혔던 SK하이닉스가 발 빠르게 GDDR7 시장 선점에 나선 셈이죠.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GDDR7 개발에 성공하자 최고속 GDDR7을 선보이며 반격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겁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GDDR7 양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가 1위로 올라섰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는 GDDR 점유율 42.4%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39.4%)와 마이크론(18.2%)이 뒤를 이었고요.
재밌는 건 2020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GDDR 양강 구도를 형성했었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23.0%로 삼성전자(42.4%) 절반 수준에 그쳤죠. 2021년(27.8%)과 2022년(27.4%)에도 20%대에 머물렀었습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PAM3 신호 방식을 적용해 32Gbps 속도를 구현했습니다. 당시에는 업계 최고 속도였죠. 올해에는 37Gbps 속도를 구현한 GDDR7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속도 경쟁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GDDR7이 40Gbps까지 구현할 수 있다지만 ‘사용 환경’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업계 최고 동작 속도와 최초로 개발한 GDDR7 판매를 본격화해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마이크론도 32Gbps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GDDR7을 개발했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속도는 60%, 전력 효율은 50% 이상 끌어올렸죠. 특히 마이크론은 ‘팀 아메리카(Team America)’를 발판으로 엔비디아 GPU에 GDDR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앞서 마이크론은 GDDR6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바 있습니다. 차세대 제품인 GDDR7까지도 엔비디아에 납품하겠다는 것이 마이크론 목표입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로선 마이크론과 엔비디아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넘어설 GDDR7을 개발·양산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셈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다양한 고객사를 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에는 캐나다 텐스토렌트가 AI 가속기 신제품 ‘웜홀’에 HBM이 아닌 GDDR을 탑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웜홀은 엔비디아 H100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20분의 1입니다.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AI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가성비’ 제품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요. 이제 GDDR이 HBM에 이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순간을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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