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 체계 ‘흔들’… 가계부채 관리에 예금금리 내려도 대출금리는 올라

김유진 기자 2024. 8.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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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여·수신 금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낮아진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는 낮아지는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에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이 9월부터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지며 은행권의 예대마진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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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인하 전망에 예금금리 더 내려갈 듯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 인상
은행 예대마진 확대 전망
그래픽=손민균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낮아진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는 낮아지는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에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이 9월부터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지며 은행권의 예대마진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상당수 수신(예금)상품 금리를 일제히 최대 0.2%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고정금리 1.90~2.90% 수준인 ‘국민수퍼 정기예금’은 전체 금리 수준이 1.90∼2.70%로 조정된다. 6개월 이상 계약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단위기간 금리 연동형 상품 금리 또한 최대 0.15%포인트 낮아진다. 연동(회전) 단위기간별로 1.85∼2.40%인 금리 범위가 1.85∼2.25%로 변경된다.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는 계약기간(1개월∼3년)에 따라 0.15∼0.20%포인트 인하된다. 회전형 장기정기예금의 금리도 2.55%에서 2.35%로 0.20%포인트 떨어진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수신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포인트 낮췄다. 정기예금(신한S드림정기예금·쏠편한정기예금 등)의 경우 상품별로 0.05∼0.20%포인트 내려 모든 상품의 금리가 2.95%로 같아졌다. 적립식예금(신한연금저축왕적금·신한S드림적금 등)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각 0.10∼0.20%포인트, 0.05%포인트 떨어졌다. 신한ISA정기예금의 경우 16일부터 3.00%에서 2.95%로 0.05%포인트 인하된다.

일러스트=이은현

이러한 시장금리 인하 흐름에도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0∼5.204%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19일(연 2.840∼5.294%)보다 하단이 0.19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030∼6.548%)의 하단도 0.070%포인트 인상됐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04%로 0.141%포인트 낮아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로 유지된 사실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은 이례적이다.

이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권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영향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7383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조1660억원 늘어났다.

시장금리 인하 기조 및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예금·대출금리의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부터 잇따라 ‘빅컷’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며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여전히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은행권의 예대마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조이는 입장에서 쉽게 대출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대출을 많이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통해 자금을 많이 조달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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