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출산장려금 비과세 '역차별론', 그래서 더 풀어야할 '역차별'

홍석구 세무사, 김다린 기자 2024. 8. 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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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홍석구의 稅務와 世務
세금과 저출산❷ 출산장려금 비과세
부영그룹이 쏘아 올린 거액 장려금
재계에서 출산 혜택 앞다퉈 늘려
적지 않은 세금 부담은 리스크
정부가 ‘비과세’ 정책으로 화답
세금 안써도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
일부에선 “역차별” 이유로 반대
지금 저출생 위기는 국가비상사태
무슨 카드든 활용하고 보완해야

기업이 직원에게 출생장려금을 주면, 세금 이슈가 따라붙는다. 논란이 일자 정부가 '기업 출생장려금 비과세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반대 목소리도 높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 직원만 혜택을 본다"는 거다. 일리는 있지만, 지금은 뭐든 해야 할 때란 점에서 시행을 미뤄선 곤란하다. 다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출산 지원책을 만드는 걸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런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장려금을 주면, 적지 않은 세금을 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이었다. '자녀 1인당 1억원'이란 액수도 그랬지만, 앞으로 매년 같은 기준으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반짝 이벤트'도 아니었다. 출산장려금 제도를 제안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합계출산율이 1.5명 정도 될 때까지는 지원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7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계속 지급하겠단 뜻이나 다름없다.

파격적이라고 하더라도 사내 복지혜택에 불과한 부영의 출산장려금 정책은 그룹의 브랜드 평판을 끌어올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건설사 브랜드 평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부영은 7위에 올랐다.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16위였는데 단숨에 10위권 내로 파고들었다.

부영이 쏘아올린 공은 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호반그룹 역시 부영의 발표 이후 출산 장려 혜택을 늘렸다. 기존엔 직원이 출산할 경우 50만원씩 주던 걸 지금은 첫째 아이를 낳으면 500만원, 둘째는 1000만원, 셋째 이상부턴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첫째를 낳으면 장려금 100만원을, 둘째와 셋째는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을 지급 중이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첫째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상은 300만원의 장려금을 준다. 이 밖에도 여러 회사가 부영의 파격 혜택에 자극을 받아 직원들의 출산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부영의 도전이 긍정적인 면만 부각한 건 아니다. 명분이나 취지가 어찌 됐든 회사에서 지급하는 금전이니 세금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세무업계에선 부영처럼 기업이 직원에게 1억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할 경우, 이를 '근로소득'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직원이 내야 하는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는 거다.

만약 직원의 연봉이 5500만원이라면 출산장려금을 더한 총급여액은 1억5500만원이 된다. 이럴 경우 소득공제를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높은 소득세율(35% 이상)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부영 측도 기껏 내준 장려금이 세금으로 나가는 걸 막고자 고심했다. 그 결과, 회사가 직원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세 부담은 여전하다. 현행법상 1억원의 증여재산은 증여세율 10%를 적용받는다.

장려금을 수령한 직원 자녀가 증여세 10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증여의 경우, 기업 측 부담도 늘어난다. 직원 자녀가 대상인 증여는 공익 목적의 기부 성격으로 인정받지 못해 비용 처리가 불가능하다.

현재 여러 기업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현행법이 제도의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출산장려금 일부가 세금으로 빠져나가면, 기업 입장에선 장려금을 줄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부영 측은 정부에 '출산 기부면세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출생아에게 개인이나 법인이 3년간 1억원 이내로 기부할 경우 지원받은 금액을 면세 대상으로 하고, 기부자에게도 기부금액만큼 세액 공제 혜택을 주자는 게 골자다.

정부도 비슷한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의 출산장려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고, 곧이어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은 전액 소득세를 비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의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기업도 직원의 근로소득을 인건비로 처리하면서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없앨 수 있다.

다만 정부가 계획대로 법을 개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권 일부에서 "이미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형편상 받지 못할 수 있는데, 대안이 필요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기업 직원이나 자영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필자는 이 반론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지급 여력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형평성 논란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출산장려금 비과세 카드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다. 오히려 중소기업 직원과 자영업자를 위한 출산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이 합리적인 대안이다.

[사진=뉴시스]

애초에 아이를 키우는 데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는 건 전국민이 알고 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권익위는 "정부가 사기업처럼 출산한 산모나 출생아에게 자녀당 1억원씩 파격적 현금을 지원할 경우,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는 동기부여가 될 거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62.6%가 "동기부여 된다"고 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 출산장려금에 세금을 떼지 않겠다는 건 국민을 설득할 여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출산장려금 비과세 카드는 따로 예산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출산장려금이 결국 육아를 위한 소비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수 결손 문제도 흠잡을 문제는 아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적 고려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단 걸 깨닫고 곳간을 열겠다는데, 세금 문제가 이를 가로막아선 곤란하다. 누구의 말처럼 '국가비상사태' 아니던가.

홍석구 세무사 | 더스쿠프
seokgu1026@jungyul.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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