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만큼 잔인한 '살인 게임'…숨 막히는 열연이 구했다 [스프]
7월 31일, 디즈니플러스는 올여름의 야심작,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을 공개했다. 이 작품은 흉악 범죄자에 공개적으로 현상금을 거는, 이른바 '공개 살인 청부'와 이를 둘러싼 경찰, 변호인, 정치인 간의 알력 다툼을 예고하며 주목받았다. 또 주연을 맡은 조진웅, 유재명을 비롯해 김무열, 염정아, 이광수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처음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주축으로 삼았다. 이때는 플랫폼의 매력도, 한계도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에서 탈피해 <무빙>, <카지노>, <삼식이 삼촌> 등 다양한 작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니 다음 주자가 어떤 작품인지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당연했다.
뚜껑을 연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우선 약간의 당혹감을 준다. 기존의 디즈니플러스에 기대하던 색깔과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은 두 편의 에피소드만 공개되어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 내리자면, 이것은 디즈니플러스의 넷플릭스 따라잡기로 느껴진다. 아래부터는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 대한 스포일링이 있으니 유의해 읽어주길 바란다.
작품이 시작되면 룰렛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룰렛은 세 번 멈춘다. '윤창재', '10억', '귀를 자른다'. 그와 동시에 한 남자가 친근한 말투로 창재(이광수)에게 다가간다. 손에는 칼을 쥔 채로. 둘의 몸싸움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쓰러진 창재의 귀 가까이에서 칼날이 위험하게 번뜩인다. 결국 그는 한쪽 귀를 잃는다. 이 시퀀스는 단순히 창재에게 가해진 폭력을 보여주기에 지나치게 잔인하고 자극적이다. 칼날이 부딪치며 돌아가는 소리, 비명, 기어이 터지는 피, 칼이 살을 찌르는 순간까지.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시작과 동시에 선포한다. 잔인함의 적정선을 넘겠다는 다짐을.
이어지는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성폭행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비록 피해자를 전시하지는 않았지만) 욕설, 비속어가 난무한다. 이런 장면이 단순히 자극적이어서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다지 필요 없는 순간에도 오로지 시청자의 말초 신경을 찌르기 위해 스스럼없이 선을 넘는 그 태도가 놀라운 것이다. 대체 어떤 욕망을 품어야 이런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날 수 있을까.
물론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흉악 범죄를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잔인할 수밖에 없다. 또 자극적이라 하여,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였다 하여 무조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작품으로 19금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 정반대 지점에 있던 디즈니플러스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넷플릭스 식의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무척 우려스럽다. 잦은 자극은 처음 시선을 집중시킬지 몰라도 종래에는 감각을 마비시킨다. 자극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며 안온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줄어들고 있다.
한편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필자가 앞선 글에서 설명한 '최근 한국 영화의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생존 게임에 내던져진 이들의 공통점'이라는 글에서 나는 <탈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하이재킹>까지 올여름 극장가를 휩쓴 국내 작품들이 모두 일종의 생존 게임을 벌인다고 분석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meLvDYPiPqG ]
이 같은 경향은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여기서 '생존 게임'은 악질 범죄자 국호(유재명)의 입장에서 본 세상이다. 반대로 그의 목숨값을 노리는 이들에게 이것은 '살인 게임'이며, 혼란을 막아야 하는 경찰에게는 '죽일 놈을 살려야 하는 게임'인 것이다. 영화 속 한국은 생명이 위태로운 전시 상황이라면, 콘텐츠 속 한국은 생사조차 내기 거리로 변질되어 땅에 떨어진 무법지대다.
2화까지 보았을 때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국민사형투표>, <오징어게임>, <시그널>, <세븐> 등 여러 작품을 연상시키며 넷플릭스의 자극성을 따라잡은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면이 이 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에 있다.
특히 유재명 배우는 '국호'라는 인물로 완벽히 분한다. <응답하라 1988>의 유쾌함도, <비밀의 숲>의 진중함도 깨끗이 지운 그는 이제 강간 살인범의 모습이다. 찝찝한 미소, 비열한 친절, 사람을 앞에 두고 독백하는 것처럼 미묘하게 어긋나는 소통, 아둔한 건지 영악한 건지 모를 표정, 가끔 발악하듯 악다구니 쓰는 모습까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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