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문학·미술 작품 이용 수능 문제, 인터넷 게시할 때 사용료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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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미술 작품 등을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시험이 종료된 이후 인터넷에 게시해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협회 측은 평가원이 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모의평가, 수능 등에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저작물 150여건을 지문 또는 참고 자료로 이용해 문제를 냈는데, 시험이 종료된 이후 기출 문제를 인터넷에 게시해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약 1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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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평가원 승소…2심은 "손해 배상해야"
대법 "필요하면 사용료 지급해 제공 가능"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문학, 미술 작품 등을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시험이 종료된 이후 인터넷에 게시해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도 저작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협회는 문학·미술 작품의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물의 복사 및 전송권을 신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협회 측은 평가원이 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모의평가, 수능 등에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저작물 150여건을 지문 또는 참고 자료로 이용해 문제를 냈는데, 시험이 종료된 이후 기출 문제를 인터넷에 게시해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약 1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협회 측은 재판에서 구 저작권법이 시험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공중송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 목적으로 공포된 저작물을 공중송신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가원 측은 수능 시험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은 교육 목적이며, 이는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은 "저작물의 사회적·교육적인 의미를 고려해 시험이나 교육 목적의 인용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각종 시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평가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평가원의 게시 행위가 공익적인 목적 외에 영리적 목적이나 그 밖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2심은 1심 결과를 뒤집고 평가원이 협회에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평가원이 시험이 종료된 후 협회 측과 저작권 이용과 관련해 협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허락 없이 인터넷에 게시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시험 문제에 저작물을 자유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응시자의 학습 능력과 지식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한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 한정된다"며 "평가원의 게시 행위는 출제와 성적 제공까지 완료된 후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해당 시험 응시자 외의 불특정 다수에게 시험에 이용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전송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공익상 필요한 경우 저작물에 관해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이 사건 평가문제를 비롯한 기출문제를 피고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공중에 대한 학습자료의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평가 문제를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다는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가원의 게시 행위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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