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만에 애 데리고 나타난 여친 “난 불치병, 네가 애 아빠”...당신의 선택은?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29] 영화 ‘포레스트 검프’
‘포레스트 검프’(1994)는 2020년대 들어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바로 주인공 검프(톰 행크스)가 너무 호구 같지 않냐는 것이다. 그건 다름이 아닌 그의 인간관계 때문이다. 그는 주변 사람에게 무엇이든 아낌없이 내주는데 이 과정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이 작품은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인 게 아니라, 바로 그 지점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해 보는 걸 너무 걱정하면 깊은 인간관계로 들어가지 못한단 것이다.
친구 하나 없이 지내던 검프에게 제니는 자기 옆자리를 내줬다. 이는 검프가 엄마 아닌 사람에게 처음으로 받아보는 호의였을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제니는 귀가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방과 후에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제니는 수년 뒤 나타나 고백하는데, 본인이 검프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단 것이다. 검프에게 키워달란 차원에서 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검프는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돌본다. 불치병에 걸린 제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검프는 홀로 아이를 돌본다.
아마도 감독은 그 부분을 다루고 싶었을 것이다. 검프가 손해 보는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냐는 질문이다.
사실 검프는 제니와의 관계 외에도 ‘손익계산서’라는 관점에선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일례로 군 복무 시절 만난 중위는 늘 인생에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이라 비즈니스 파트너로는 적절치 않았을 수 있지만 검프는 그에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또, 군대에서 사업체에 대한 꿈을 공유했을 뿐인 친구의 유가족에게도 사업 소득의 상당 부분을 넘겼다.
무엇보다도 크게 얻은 건 역시 사람이다. 자기가 더 많이 내주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들을 두게 된 것이다. 엄마 외엔 누구도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삶으로 출발해서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들로 충만한 인생을 살게 됐다.
인간관계를 넘어 인생 전반에 대해서 이 작품은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철저한 계획과 계산으로 삶을 통제하는 건 어려우니, 어느 정도는 큰 흐름에 맡기는 편이 나을 수 있단 것이다. 일단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집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명대사가 그렇다. 이 초콜릿이 무슨 맛일지 고민해봤자, 먹기 전까지는 모르니 일단 경험하란 것이다.
또, 몇 년 동안 달리던 그가 갑자기 쉬고 싶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렇다. 그를 추종하며 함께 달리던 많은 사람은 “우린 어떻게 하냐”고 묻지만, 검프에겐 답이 없다. 뛰고 싶어서 뛰었고, 쉬고 싶어서 쉬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도입부와 말미에 보이는 깃털처럼, 바람의 흐름에 맡겨 삶의 여러 챕터를 경험하라고 얘기한다. 손해 볼까 봐 걱정하며 멈춰 있는 대신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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