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와중에도 “농구로 일본을 건강하게” 더 큰 그림 내민 일본농구협회[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
세계 정상급에 올라선 여자 농구를 차치하도 일본 남자 농구만 보자. 적극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발전 계획에 따른 실행으로 지난해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에서 세계 상위 팀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그 덕에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농구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FIBA 랭킹을 26위까지 올려 나간 파리올림픽에서도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세계 9위인 유럽의 강호이자 개최국 프랑스에 종료 직전까지 앞섰다. 대어를 잡아낼 뻔 했다. 연장전까지 가서 아깝게 90-94로 졌지만 세계 농구 팬들이 충격을 받았다.
빅터 웸반야마(20 · 223cm· 샌안토니오) 등 NBA(미국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인 멤버가 다수인 프랑스가 망신을 당할 뻔 했다. 172cm의 단신 가드 카와무라 유키는 29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날아 다녔다.
한국 남자 농구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본선 무대에는 근처도 못 가봤다. 현재는 아시아에서도 상위권 진입이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농구와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을 느껴온 국내 농구 관계자나 팬들은 이번에 확실하게 차이를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일본농구협회(JBA)가 이 기세를 멈추지 않고 올림픽 기간 중에 일본 농구 대표팀 전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세부 계획을 담은 2024년도 사업 방침을 최근 내놨다.
매년 관례적으로 하는 발표이기는 하다. 그래도 올해는 올림픽이 끝나고 나름의 분석 등을 하고 정리를 한 뒤 내놓을 줄 알았다. 내심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고, 올림픽 분위기를 제대로 타고 실현해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획은 예상 이상이다. JBA는 아예 ‘농구로 일본을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대표팀 성적을 집중적으로 끌어 올리는 도전을 통해 농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저출산이라는 환경에서 ‘농구 패밀리’ 유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나아가 일본에서 야구와 축구가 가진 위상에 범접하겠다는 거다.
당장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가장 높은 레벨의 대표팀 선수로 끌어 올리는 발굴-육성 연동 체계를 더 세밀하게 가다듬는 것과 더불어 일본 국적을 가진 해외 선수 발굴과 귀화 허가 신청에 관한 정비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자국 리그와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에 자주 나설 수 있도록 사전에 평가전 횟수 등도 충분히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파트너십 제휴를 맺은 독일(3위) 호주(5위) 대표팀과의 평가전 등을 성사시키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또 FIBA, FIBA 아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FIBA가 주최하는 ‘대규모’ 국제대회 일본 개최에 더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세계적인 팀과의 대결로 전력을 끌어올리고 국가적 농구 붐을 조성하는데는 국제대회 유치만한 게 없다. 한국은 1995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을 유치하고는 통합 메이저 대회를 유치한 적이 없다.
일본 농구의 빠른 추진력에 한국 농구는 알고도 반응을 못했다. 따라가는 시늉도 못한 건 사실이다. 그동안 양국 협회 행정력과 운영 능력의 차이를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 보유한 예산이나 자원을 가지고 무언가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지난 3월 농구협회의 새 상근부회장이 선임되면서 경쟁력 강화 등의 조짐이 있긴 하다.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농구 등록 선수 100만 명 발굴, 남자 대표팀 올림픽 8강, 여자 4강 진출 등을 장기 비전으로 세운 게 대표적이다. 2030년 아시아경기 농구 금메달도 목표로 제시했다.
안준호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도 젊으면서 절실하고 헌신적으로 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팀 차출에 오락가락했던 국내외 스타급 주력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분명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귀화 선수 영입도 추진한다고 한다.
관건은 세팅과 실행이다. 목표를 잡았지만 있는 쓸 수 있는 예산부터 궁금하다. 얼마나 대표팀 경기력 강화, 저변 확대 등에 과감하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계속 하는 얘기지만 뭐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예산을 확보하는 일도 숙제다. 일본은 일단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경기력 강화 육성 활동 비용 만으로 9억 3100만 엔(약 85억 7000만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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