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케이 "원래는 AI 같은 나, 뮤지컬 무대서는 '인싸' 돼"
"아이돌 출신 선입견 겪었지만…선택 보답하려 두세배 노력"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저는 원래 되게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거든요. 친구도 없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데, 뮤지컬 무대만 올라가면 '인싸'(인사이더)가 돼요. 오늘은 좀 살살해야지 하다가도 막상 시작하면 너무 짜릿해서 모든 걸 불태우게 됩니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주연 배우 케이(Kei·본명 김지연)는 "무대에서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개막한 이 작품에서 기계적인 연주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 카오리 역을 맡았다.
트라우마 때문에 더는 연주를 못 하게 된 피아니스트 소년 코세이가 아픔을 딛고 다시 건반을 매만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어둡고 숫기 없는 코세이와는 달리 발랄하고 애교도 많다.
케이는 원작인 동명 애니메이션의 오랜 팬으로, 뮤지컬 제작 소식을 듣고서 곧장 오디션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배역을 따냈다.
카오리처럼 실제로도 사랑이 많고 음악에 미쳐 있다시피 하다는 그는 "(카오리 역은) 내 거다!" 생각했다고 한다.
"카오리는 그냥 저 자체라고 느껴져서 이 역할이 정말 욕심났어요. 저도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고, 우울한 사람을 보면 다가가서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카오리가 코세이에게 그랬듯이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었고, 관객을 만나는 하루하루가 행복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왜 이렇게 얼굴이 좋아졌냐'고 물어와요."
성격은 카오리와 판박이지만,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처음엔 감정 표현이 서툴렀다고 그는 말했다.
추정화 연출은 그에게 어떻게 하면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개인 지도 방식으로 가르쳐줬다. 얼마 안 가 케이는 연습하는 동안 캐릭터에 몰입해 대성통곡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는 감정 기복이 별로 없어서 눈물도 잘 안 흘려요. 마치 인공지능(AI) 같다고 할까요, 하하. 카오리를 연기하는 저는 연출님이 다 만들어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작품 시작하면 칭찬만 받을 것'이라던 연출님 말씀을 붙들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에 12시간씩 연습했어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그는 공식 연습이 끝나고도 자정 넘어서까지 따로 연습을 이어갔다. 특히 바이올린 연주 자세를 익히는 데 공을 들였다.
카오리가 연주 한 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바이올리니스트인 만큼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 케이가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무대 위에 서서도 음악에 딱딱 맞춰 활과 손가락, 어깨를 움직이는 모양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피나는 연습의 결과다.
케이는 "꼿꼿이 다리에 힘을 주고 바이올린을 켜고 노래도 불러야 해 정말 힘들다"면서도 "물밑에선 열심히 물장구치면서도 수면 위에선 우아한 백조처럼 연기했다"며 웃었다.
걸그룹 러블리즈의 메인보컬인 케이는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수 보컬과 뮤지컬 보컬 지도를 따로 받는다. 대중음악과 뮤지컬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최근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아이돌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걷는 중이다.
'엑스칼리버', '데스노트',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뮤지컬 팬이 아닌 사람도 익히 아는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아이돌 오디션에서 뮤지컬 넘버를 부를 정도로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케이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뷔 초만 해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로 편견 어린 시선을 감내해야 하기도 했다.
그는 "절 선택한 것을 (제작진이) 후회하시지 않도록, 그 선택에 보답하도록 묵묵히 노력했다"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 싫어해서 채찍질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아직 뮤지컬 배우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성장해서 제 안의 또 다른 모습을 꺼내 보일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서편제'의 차지연 선배님을 보고서 뮤지컬을 꿈꾸게 됐는데요. 저도 선배님처럼 관객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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