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타자+LG 투수=잔루 108개+삼중살 1개 [어제의 프로야구]
여섯 개 감각 기관(눈, 귀, 코, 혀, 몸, 마음)이 형태, 소리, 향기, 맛, 감촉, 법(法) 여섯 가지를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체험하는 경우의 수가 108(=6×6×3)이다.
한 마디로 사람이 살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모든 번민을 108이라는 숫자에 담아낸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야구공 실밥 숫자도 108개라는 사실을 이 108번뇌와 연결하기도 한다.
롯데 2번 타자 고승민(24)은 팀이 8-3으로 앞선 8회말 2사 3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중견수 뜬공을 쳤다.
LG가 9회초 공격 때 점수를 올리지 못하면서 롯데는 9회말 공격 없이 점수 그대로 승리를 확정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이날까지 올 시즌 엘롯라시코에서 남긴 잔루도 108개에서 멈춰 섰다.
LG가 이번 시즌 엘롯라시코 12경기에서 기록한 잔루는 101개다.
2회말 무사 1, 2루 상황이 정보근(25)의 3루수 앞 땅볼이 트리플 플레이로 연결되면서 잔루 없이 공격을 끝냈기 때문이다.
롯데 타자가 스윙 한 번으로 상대 팀에 아웃 카운트 3개를 헌납한 건 이번이 18번째다.
다만 이 경기가 그런 것처럼 트리플 플레이가 반드시 패배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트리플 플레이를 당한 팀은 이 경기까지 34승 1무 46패(승률 0.420)를 남겼다.
올해 3월 30일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롯데로 건너온 손호영은 이날 친정팀을 상대로 데뷔 첫 ‘멀티 홈런’ 기록을 남겼다.
손호영은 이 경기 1회말 선제 3점 홈런(시즌 10호)을 친 데 이어 8회말에도 쐐기 1점 홈런(시즌 11호)을 보탰다.
충훈고 졸업 후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가 유턴한 손호영이 한 시즌에 10개가 넘는 홈런을 친 것도 2020년 1군 데뷔 후 올해가 처음이다.
손호영은 “‘나도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 한 경기 멀티 홈런을 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던 일이라 조금 더 특별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3-3 동점이던 7회초 1사 1, 2루 위기에 마운드에 오른 진해수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사이 롯데 타선이 경기를 뒤집으면서 진해수가 경기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전까지 진해수가 LG를 상대로 승리 투수가 된 건 SK(현 SSG) 시절인 2013년 9월 3일이 마지막이었다.
2006년 KIA에서 진민호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던 진해수는 이날까지 통산 25승을 거뒀는데 현재 소속팀인 롯데를 상대로만 승리 기록이 없다.
KIA는 2-3으로 끌려가던 5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김도영(21)이 2점 홈런(시즌 29호)을 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까지 29홈런, 3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은 홈런 1개만 추가하면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시즌 첫 8연승에 도전하던 한화는 최재훈(35)이 2회말 3점 홈런을 치면서 먼저 앞서갔다.
그러나 다음다음 타자였던 페라자(26) 타석 때 불볕더위 탓에 구장 내 전기가 나가 38분 동안 경기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전구장에는 이날도 ‘보살’ 만원 관중이 찾으면서 한화는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38번까지 늘렸다.
삼성은 1회말 2점을 시작으로 3회까지 8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이 42세 21일인 SSG 추신수는 4회말 1점 아치를 그리며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홈런 기록을 새로 썼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잠실에서는 최하위 키움이 23안타를 몰아치며 두산을 15-5로 제압했다.
키움 선발 투수로 나선 헤이수스는 6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시즌 11승(7패)을 기록하며 다승 부분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KT와 NC가 맞붙을 예정이던 창원 경기는 비로 열리지 못했다.
▽4일 경기 선발 투수 △잠실: 키움 하영민-두산 곽빈 △대전: KIA 알드레드-한화 바리아 △대구: SSG 김광현-삼성 코너 △창원: KT 쿠에바스-NC목지훈 △울산: LG엔스-롯데 윌커슨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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