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무관 감찰 면죄부였나…불신 자초한 경찰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2024. 8. 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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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경무관 감찰 도마
'감찰 결과 및 징계 요구 요지' 입수
경찰청, 외압 아닌 '단순 문의' 판단
구체적 청탁 확인되면 중징계·고발도 가능
'원 스트라이크 아웃' 엄벌 기조와 배치
양부남 "징계 낮춰 요구…짜고 친 고스톱"
마약 수사 브리핑하는 백해룡 경정. 연합뉴스


경찰청이 세관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일선 경찰서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을 감찰한 결과 '브리핑 내용을 단순 문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이 결과를 근거로 조 경무관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지만, 끝내 '불문'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백해룡 경정(전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조 경무관으로부터 '세관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해 달라', '관세청도 경찰도 국가기관인데 제 얼굴에 침 뱉기' 등 구체적인 수사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감찰에도 같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격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 감찰에서조차 '솜방망이' 결론을 낸 것을 두고 결국 경찰이 '봐주기'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4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조병노 경무관 감찰결과 및 징계요구 요지>를 보면,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조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마약 사건 언론 브리핑 시 세관 직원 연루 의혹 내용이 언급되는지 여부' 등을 전화로 문의했다는 감찰 결과를 냈다.

조 경무관이 백 경정을 상대로 구체적인 수사 외압이나 청탁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문의' 정도에 그쳤다는 판단이다. 이런 결론은 조 경무관의 그간 주장과도 맞닿아있다. 조 경무관은 최근 국회에서 지난해 10월 인천공항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 차원에서 언론 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단순히 문의한 것일 뿐 외압을 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백 경정은 감찰에 조 경무관이 '스스로 침뱉기', '야당 도울 일', '경찰이 타 기관을 예우' 등의 발언으로 수사에 대한 외압을 행사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청의 감찰 결과는 이런 백 경정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새다.

경찰청은 '단순 문의'라는 감찰 결과를 토대로 조 경무관의 행동이 '직원 간 사건 문의 금지 위반'이라며 그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경징계로 회부했다. 하지만 중앙징계위는 "조 경무관의 행위가 부적절하지만 사건 문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징계 책임까지 묻기 어렵다"며 불문 처분했다. 조 경무관의 행위를 '단순 사실 문의'로 규정한 감찰 결과가 징계위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감찰 결과는 직원 간 사건 청탁이나 문의를 강하게 금지했던 기존 공직 기강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경찰은 2020년 11월 '직원 간 사건 문의 금지'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 청탁이 확인될 경우 직무고발 및 중징계를 확행(확실하게 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해 사건 문의 지침을 위반할 경우 수사 및 단속 부서 보임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찰 결과를 엄격하고 제한적로 해석하더라도 그의 행위는 사건 문의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조 경무관은 여전히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 직을 유지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은 이달 초 입장문에서 "경무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형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외압을 행사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 조직 특성상 문의하는 행위 자체가 압력이 되고 수사관은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 조직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서 불문 처분이 내려지면서 조 경무관 감찰 결과 등이 인사과에 통지되지 않았다"며 "결국 조 경무관을 인사 조치할 근거가 없어진 셈이라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백 경정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청은 구체적인 청탁을 '사실 확인' 정도로 낮춰서 징계를 요구했다. 애초 징계를 요구한 사실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문 처문에 대해 15일 내로 불복 신청을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대국민 사기극이자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의심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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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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