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SNS가 아이를 병들게 한다…신간 '불안 세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980년대 이전의 미국 어린이는 놀이터에서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며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놀이기구를 즐겼다. 예를 들어 또래들이 힘을 모아 손잡이가 달린 원판형 기구를 돌리면 그 위에 타고 있는 친구들은 어지러운 기분을 즐기거나 매달리며 짜릿함을 느꼈다. 2010년대에는 이런 식의 놀이기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눈에 보이는 안전은 개선됐지만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법을 터득할 기회는 줄어든다.
1996년 이후 태어난 이른바 Z세대의 경우 현실 세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고속 데이터 통신이 일반화되고 아이폰이 출시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2009년 '좋아요'나 '리트윗', 혹은 '공유' 버튼을 만들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소통 방식을 확 바꿔놓았다.
Z세대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해야 하는 세대가 됐다. 친구나 인플루언서 게시물을 수시로 확인하고 비디오나 오락성 콘텐츠에 몰입한다. 이용자가 최대한 오래 머물게 디자인된 알고리듬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도 예외로 두지는 않는다. 미국은 13세 미만이 계정을 만들 때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법제화했지만, 많은 아동이 가짜 생년월일을 입력해 이를 비켜나간다.
Z세대의 정체성과 인간관계, 우정의 깊이, 보상이나 처벌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가상 공간에서 마주하는 댓글, 평점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번역·출간된 '불안 세대'(웅진지식하우스)에서 정보기술(IT) 기기가 형성한 디지털 세상이 아동의 성장 과정을 이처럼 뒤틀어 놓았다고 진단한다.
책은 '놀이 기반 아동기'가 2010년 중반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본다. 놀이 기반 아동기는 아이들이 자유 시간 중 상당 부분을 현실 세계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보내는 시기를 의미한다. 어린 포유류에게 놀이는 뇌의 회로를 연결하고 완성하는 작업이며 어른으로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중요한 활동이다. 놀이를 박탈당하면 사회적·인지적·정서적 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에서는 중독성이 있는 기술 설계자들이 구축한 가상의 세계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인터넷 게시물, 비디오게임 등으로 아이들을 유인한다. 아동은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쓰면서 실내에서 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은 수면 부족, 집중력 상실, SNS 중독 등을 겪는다. 그뿐 아니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친구를 만나 놀지 않으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할 준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신체적·사회적 경험을 할 기회를 상실한다고 책은 지적한다. 가상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은 놀이 기반 아동기에 존재했던 경험을 완전히 보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스마트폰 몰입이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특히 위험한 것은 아동의 뇌 회로가 변경되기 쉽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에서 보상을 추구하는 부분을 일찍 발달한다. 반면 자기 통제나 유혹에 저항하기 위해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두 피질은 20대 중반이 되어야 완전히 발달하며 사춘기 직전에는 매우 취약하다.
SNS는 아동의 정신 건강을 좀먹는다. 영국에서 2000년 무렵 태어난 아동을 상대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SNS 사용 시간이 긴 아이들이 우울증 척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남자아이의 경우 SNS 사용 시간이 하루 2시간 이상일 때 우울증 척도가 상승했고 여자아이는 상관관계가 더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책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16세 미만의 아이들이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계정을 만들 때 실제 연령을 신분증 등으로 확인하자고 주장한다. 아울러 수업 시간 스마트폰 금지는 실효성이 없으니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자고 제안한다. 학생들이 어른들의 간섭 없이 또래들과 어울려 더 많이 놀도록 학교 프로그램을 개혁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책은 아이들이 SNS와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명확한 화성에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이를 보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각성을 촉구한다.
"청소년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치러야 하는 비용에 어른에 비해 높은 반면, 그 편익은 미미하다. 그러니 아이들은 먼저 지구에서 자라게 한 뒤 화성으로 보내야 한다."
이충호 옮김. 528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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