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우크라에 첫 메달 이어 金도 안긴 하를란…상대는 이번에도 한국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 최고의 검객 올하 하를란이 피스트 위에 올라 한바탕 '칼춤'을 추더니 우리나라에 또 한 번 아픔을 안겼다.
하를란이 이끈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을 45-42로 꺾었다.
우리나라로서는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뀐 뼈아픈 역전패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기적 같은 한판 뒤집기였다.
8라운드까지 37-40으로 뒤진 우크라이나는 전하영(서울특별시청)과 하를란이 맞붙은 9라운드에 8-2로 크게 이겨 역전극을 완성했다.
프랑스 팬들이 하를란을 자국 선수처럼 응원하는 와중에 40-40 동점을 내준 전하영이 이후 두 점을 냈지만 하를란이 특유의 긴 런지를 활용해 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을 연출했다.
이날 하를란은 출전한 3개 라운드에서 도합 22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평균으로 보면 한 번 나올 때마다 7점이 넘게 퍼부은 셈이다.
이날 금메달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이번 대회 들어 조국에 안긴 첫 번째 금메달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수확한 귀중한 올림픽 금메달인 셈이다.
하를란이 우크라이나에 기쁨을 주려 우리나라에 아픔을 안긴 게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29일 하를란은 여자 사브르 개인전 3위 결정전에서 최세빈(전남도청)을 제압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이는 전란 이후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확보한 올림픽 메달로 상징적이고 뜻깊은 성과다.
이때도 하를란은 최세빈에게 5-11로 밀려 메달 획득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 15-14로 역전승을 거둬 최세빈에게 가는 듯했던 동메달을 낚아챘다.
하를란은 우크라이나의 '국민 검객'이다. 2008년 베이징,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 은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악수 거부' 사건 때문이다.
하를란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물리쳤다.
경기 종료 후 마주 선 스미르노바가 다가가 악수하려 했으나 하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뒀고, 악수는 하지 않은 채 피스트를 벗어났다.
규정상 의무로 명시된 악수를 하지 않은 하를란은 실격당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실격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를 딸 기회가 사라진 하를란에게 올림픽 출전을 약속했다.
하를란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파리 올림픽을 '금의환향'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시상식을 마친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하를란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4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계신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며 "금메달과 동메달을 들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단체전 결승전을 돌아본 하를란은 "결승전은 굉장히 어렵고, 흥미로웠다. 한국은 항상 잘한다"며 "내가 선망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런 팀과 결승에서 맞붙어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한 우크라이나 기자는 금메달을 딴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락을 받았냐고 질문했다.
하를란은 "우리가 나중에 만나겠지만 그분은 당장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하를란이 45점째를 찍고 동료들과 환호하는 영상을 올리며 "우크라이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현장에서 이를 알게 된 하를란은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거기에 얼른 댓글을 달도록 하겠다"며 양손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를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 전 공동취재구역에서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내 조국,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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