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우크라에 첫 메달 이어 金도 안긴 하를란…상대는 이번에도 한국

이의진 2024. 8. 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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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사브르 개인전서 최세빈 꺾고 동메달, 단체전 결승서도 한국 상대로 '펄펄'
우승 환호하는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이 환호하고 있다. 2024.8.4 yatoya@yna.co.kr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 최고의 검객 올하 하를란이 피스트 위에 올라 한바탕 '칼춤'을 추더니 우리나라에 또 한 번 아픔을 안겼다.

하를란이 이끈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을 45-42로 꺾었다.

우리나라로서는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뀐 뼈아픈 역전패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기적 같은 한판 뒤집기였다.

8라운드까지 37-40으로 뒤진 우크라이나는 전하영(서울특별시청)과 하를란이 맞붙은 9라운드에 8-2로 크게 이겨 역전극을 완성했다.

프랑스 팬들이 하를란을 자국 선수처럼 응원하는 와중에 40-40 동점을 내준 전하영이 이후 두 점을 냈지만 하를란이 특유의 긴 런지를 활용해 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을 연출했다.

이날 하를란은 출전한 3개 라운드에서 도합 22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평균으로 보면 한 번 나올 때마다 7점이 넘게 퍼부은 셈이다.

우승 환호하는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이 환호하고 있다. 2024.8.4 yatoya@yna.co.kr

이날 금메달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이번 대회 들어 조국에 안긴 첫 번째 금메달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수확한 귀중한 올림픽 금메달인 셈이다.

하를란이 우크라이나에 기쁨을 주려 우리나라에 아픔을 안긴 게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29일 하를란은 여자 사브르 개인전 3위 결정전에서 최세빈(전남도청)을 제압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이는 전란 이후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확보한 올림픽 메달로 상징적이고 뜻깊은 성과다.

이때도 하를란은 최세빈에게 5-11로 밀려 메달 획득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 15-14로 역전승을 거둬 최세빈에게 가는 듯했던 동메달을 낚아챘다.

하를란은 우크라이나의 '국민 검객'이다. 2008년 베이징,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 은메달을 땄다.

우승 환호하는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이 환호하고 있다. 2024.8.4 yatoya@yna.co.kr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악수 거부' 사건 때문이다.

하를란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물리쳤다.

경기 종료 후 마주 선 스미르노바가 다가가 악수하려 했으나 하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뒀고, 악수는 하지 않은 채 피스트를 벗어났다.

규정상 의무로 명시된 악수를 하지 않은 하를란은 실격당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실격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를 딸 기회가 사라진 하를란에게 올림픽 출전을 약속했다.

하를란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파리 올림픽을 '금의환향'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양보 없는 칼끝 싸움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 한국 전하영(왼쪽)이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을 상대하고 있다. 2024.8.4 yatoya@yna.co.kr

시상식을 마친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하를란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4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계신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며 "금메달과 동메달을 들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단체전 결승전을 돌아본 하를란은 "결승전은 굉장히 어렵고, 흥미로웠다. 한국은 항상 잘한다"며 "내가 선망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런 팀과 결승에서 맞붙어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한 우크라이나 기자는 금메달을 딴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락을 받았냐고 질문했다.

하를란은 "우리가 나중에 만나겠지만 그분은 당장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하를란이 45점째를 찍고 동료들과 환호하는 영상을 올리며 "우크라이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기뻐하는 올하 하를란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여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최세빈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7.30 superdoo82@yna.co.kr

현장에서 이를 알게 된 하를란은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거기에 얼른 댓글을 달도록 하겠다"며 양손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를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 전 공동취재구역에서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내 조국,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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