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9.51→11K 노히트 '844억 먹튀 위기' 이정후 동료 대반전, 트레이드했으면 어쩔 뻔했나

김동윤 기자 2024. 8.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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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블레이크 스넬(가운데)이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노히트를 달성한 후 물 세례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고심 끝에 트레이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옳았던 것일까. 이정후(26)의 팀 동료 블레이크 스넬(32·이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먹튀 오명에 트레이드될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메이저리그(ML) 새 역사를 썼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3일(한국시간) "9회 등판한 스넬은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새로 썼다"는 제목과 함께 스넬의 노히트 노런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앞서 스넬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9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3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첫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총 114구(포심 패스트볼 53구, 커브 40구, 체인지업 16구, 슬라이더 5구)를 던지면서 21번의 헛스윙을 끌어내는 압도적인 피칭이었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신시내티에 3-0 승리를 거뒀다.

여러모로 특별한 노히트 노런이었다. 먼저 스넬은 이 경기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9회 등판했다. 그뿐 아니라 종전 최다 이닝이 2021년 8월 26일 LA 다저스전 7⅔이닝 1실점으로 8회를 온전히 마치고 내려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 시즌 들어 메이저리그 3번째이자,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상 18번째 노히트 노런이었다. 올해 4월 2일 로넬 블랑코(휴스턴)이 토론토에, 7월 26일 딜런 시즈(샌디에이고)가 워싱턴을 상대로 해냈다.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는 2015년 6월 10일 크리스 헤스턴이 뉴욕 메츠를 한 이후 처음이다. 또한 스넬은 샌프란시스코의 첫 승을 무려 8월에 노히트 노런으로 작성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블레이크 스넬이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고 포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올해 스넬의 첫 6경기를 떠올린다면 상상도 할 수 없던 대반전이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FA가 된 스넬은 시범 경기가 시작된 지 한참 뒤인 3월 18일 샌프란시스코와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2년 6200만 달러(약 844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커리어 8년 동안 규정 이닝을 소화한 것이 2번밖에 되지 않는데 또 그 2시즌에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 때문이었다.

시즌 시작은 최악에 가까웠다. 첫 6경기 동안 단 한 번도 5이닝 이상 소화하지 못하며 평균자책점 9.51을 기록했다. 또한 몸 상태도 온전치 않아서 4월에는 왼쪽 내전근 부상, 6월에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때까진 먹튀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내용이었다.

7월 10일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스넬은 최근 5경기 동안 41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평균자책점 0.55로 사이영상 수상자다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달 28일 콜로라도전에서 6이닝 동안 15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정점을 찍는 듯했다. 당시 스넬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삼진 15개에) 기분은 좋지만, 나는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고 바로 일주일 뒤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MLB.com의 통계 전문가 사라 랭에 따르면 1901년 이후 2경기 동안 안타를 2개 이하로 맞고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삼진 25개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2015년 맥스 셔저, 2001년 랜디 존슨에 이어 올해 스넬이 세 번째였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트레이드 마감일만 해도 샌프란시스코가 미래를 위해 스넬을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팀 성적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로 처져 있을 정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경쟁력이 떨어져 보였고 그나마 반등에 성공한 스넬을 파는 게 맞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MLB.com에 따르면 최소 6개 팀이 스넬에게 관심을 갖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블레이크 스넬(가운데서 오른쪽)이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후 축하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는 고심 끝에 스넬을 지키기로 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의 말을 종합하면 스넬이 올 시즌 후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도 있으나, 그를 지키면 올 시즌 가을야구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넬이 지금의 퍼포먼스를 끝까지 이어간다면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최근 LA 다저스가 부상과 가족 이슈로 10경기 4승 6패로 부진한 가운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10경기에서 2위 애리조나와 3위 샌디에이고가 각각 8승 2패, 샌프란시스코가 7승 3패를 기록하면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와일드카드 3위 뉴욕 메츠와 샌프란시스코의 격차는 3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4경기에 불과하다.

경쟁팀들 중 가장 탄탄한 것으로 여겨지는 스넬-로건 웹(28)으로 이뤄진 원투펀치가 강점으로 꼽힌다. 스넬의 노히트 전날 웹은 오클랜드에 9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이는 2002년 8월 20~21일 리반 에르난데스와 제이슨 슈미트 이후 샌프란시스코 선수로는 처음 있는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이었다.

이제 확실히 감을 잡은 듯한 모습이다. 스넬은 노히트 달성 후 인터뷰에서 "직구 커맨드가 더 좋아졌다. 커브도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었다. 체인지업도 잘 나오고 있고 좌타자를 상대로 한 슬라이더는 더할 나위 없다. 우타자 상대로는 좋아지고 있고 점점 더 최고에 가까워지고 있다. 더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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